바다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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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8.2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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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바다


김길녀


바다에 와 바다를 그리워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내가 가진 뭍의 기억은 밤이 길어질수록
더 먼 전설이 되어 물고기 전망실 창틀
담배꽁초 더미에 묻혀져 간다

 

다시 칠월이 시작되었다

 

새벽 3시의 박명 따라 남빙양 바다는
백야를 거느리고 느리게 시간의 발바닥을 딛고 있는 중이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나의 바다로
깊은 잠에 빠진 나의 여자가 오고 있다
그녀의 흩날리는 머릿결에서 배롱나무꽃 긴 여름 향기가 난다

 

백화로 얼룩진 스커트를 두드리는 그녀 등뒤로
백야 속에서 몸이 야위어 가는 물고기들의 외침이
물고기 전망실 계단을 필사적으로 튀어 오르고 있다

 

나의 바다에 나의 여자가 오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스크루 발자국에 힘주어 가며
백야를 헤치고 여자가 부푼 바다를
데리고 나의 바다를 찾아오고 있다

 

※ 김길녀 작가는…
강원 삼척 출생. 1990년 <시와 비평> 등단. 시집 <푸른 징조>, <바다에게 의탁하다> 등. <해양문학> 편집장. <수산미래> 주간 역임.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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