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없이 추진되는 시범사업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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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없이 추진되는 시범사업 문제없나?
  • 탁희업
  • 승인 2019.07.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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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혁신 2030 계획에 의거 추진된 ‘TAC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대상자가 선정됐다. 충남 보령의 근해안강망과 경인북부수협 2개소가 선정됐다. 이들 시범사업 대상은 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연말이나 내년 3월경부터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 ‘TAC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은 28개 단체에서 응모해 62건의 규제완화 요청이 있을 만큼 관심이 컸다. 이것은 지역은 물론 업종간, 어업형태에 다른 분쟁이나 문제점들이 많았던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2월 TAC 기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를 정착시켜 나간다는 방침에 따라 ‘TAC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이 발표되고 어업규제 일부를 완화해 준다는 시범사업에 어떤 업종과 단체가 선정될 지도 관심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수산업계의 가장 해묵은 논쟁거리인 128도 이동조업 금지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 대상이 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전문가그룹이 사업계획서 등을 검토·평가한 후 중앙수산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경인북부수협과 서해안근해안강망연합회 등 2개 단체의 규제완화 요청사항 3건만이 최종 선정됐다. 28개 단체 62건의 규제 완화 요청에 단 2개 단체 3건이 채택된데 대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어업인들이 많다.


해양수산부의 가장 핵심사업인 수산혁신 2030 계획에 의거해 추진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나 의도와 달리 시범사업 대상이 축소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30년까지 수산업 매출 100조원, 신규 일자리 4만개 달성을 위해 자원관리형 어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당초 목표다. 이를위해서는 연근해어업의 혁신적인 개편이 필요하며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것이 당초 시범사업의 취지다.


경인북부수협은 젓새우 조업을 위한 세목망 사용을 요청했다. 개량안강망은 20통의 어구 사용이 가능하지만 연중 1통의 어구만 사용하고 3개월간 한시적으로 세목망 사용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대상자로 선정됐다. 젓새우 어획시기에만 세목망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강화도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충남보령근해안강망 역시 어류분류망의 일부 변형과 중간세목망 사용 허용이라는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들 2개 업종은 한시적이거나, 일부 업계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경쟁업종을 설득해 분쟁을 최소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시범사업 추진에서 고려해야할 부분이 업종간, 지역간 어업분쟁 확대 여부다.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대한 특혜성 시비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범사업이 크게 위축된 것이 아닌지 추측되고 있다.


업종간 다툼이나 분쟁이 있는 업종은 규제 완화 시범사업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사업자 선정 기준이 자원관리 정책의 혁신보다는 분쟁 최소화에 중점을 두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혁신을 위해 칼을 뺴들었으나 주위를 살피며 조심해하는 분위기다.


TAC 사업에 대한 어업인들의 불신이 해소하는 것도 시범사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된 TAC는 적용 대상 업계에서 조차 불신이 높은 실정이다. 자원조사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 운용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올해 TAC는 12개 어종 14개 업종을 대상으로 30여만톤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배정물량 소진이 목표치를 밑도는 업종이 많다. 또한 배정물량만으로는 어업경영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시범사업이 성공한다면 TAC 대상 어종이나 업종이 확대될 수 있지만,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시범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고 TAC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혁신을 위한 수산혁신 2030 계획에 따라 추진된 이번 시범사업은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이 TAC를 중심으로 한 자원관리체계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어업인들의 수요를 반영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단체 및 규제완화 사항이 확정됨에 따라, 규제완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 여부에 따라 시범사업 시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규제완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시범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7년 어선등록제도를 톤수에서 길이기준으로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연안어선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어선 톤수를 2배(약9.77톤→19톤)까지 늘리고 길이(전장) 21m 이내에서 자유롭게 건조해 안전·복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시범사업은 2018년까지 1년간 실시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말까지 시범사업 운영결과를 평가한 후 수산업법, 어선법, 어선등록제도 기준 등을 정비해 수산업법 개정 후 전체 연안어선들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간의 시범사업은 결과에 상관없이 폐기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없이 시범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시범사업에 참여한 어선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5년후 어선검사에서는 길이가 아닌 톤수로 어선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업종이나 지역을 위해 규제완화를 강행할 경우 예상치 못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충남보령근해안강망의 규제 완화가 적정하다고 할지라도 연안개량안강망이나 자망 등 경쟁업종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분쟁이나 다툼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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