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자
정호승
이제 알겠다
내가 술안주로 북북 찢어먹은 북어가
명태의 미라인 것을
그동안 즐겨먹은 안동 간고등어도
바짝 마른 멸치도
고등어의 미라
멸치의 미라인 것을
돈과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살아오는 동안
멸치가 재워놓은 바다도 보지 못하고
명태가 토해놓은 파도소리도 듣지 못하고
이제 알겠다
더 이상 인간에게서
성자가 나오지 않는 까닭을
그들이야말로
바다의 성자라는 것을
※ 정호승 작가는…
경남 하동 출생. 1973넌 ‘대한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등.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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