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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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 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5.2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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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통어업 관련 기술 및 지식 측면
1) 물질

전복, 소라, 성게 따위는 자맥질할 때마다 채취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따기 위해 하는 물질을 ‘헛될 수 있는 물질’이란 뜻으로 ‘헛물’ 또는 ‘헛물질’이라 일컫는다. 헛물질을 할 때 물건을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다밭의 지형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자맥질을 ‘헛숨’이라고 하며, ‘자맥질을 한다’는 제주도 말로 ‘숨빈다’라고 한다.
제주 해녀들은 바다 속에 암초와 수산물의 서식지를 포함하는 바다에 대한 인지적 지도가 있다. 또한 제주 해녀는 조류와 바람에 대한 나름의 지식이 풍부하다. 이러한 지도와 지식은 오랫동안 물질을 반복한 경험으로 습득된다.
물질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기술을 요하는 것이다. 해녀는 ‘바다밭’에 대한 지식과 몸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야하기 때문에 알맞은 기술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무슨 바람이 분다, 어느 쪽으로 물이 흐른다, 어디에서 작업해야 한다 등 물질에서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해녀들로부터 얻어듣는 이야기와 자기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녀들은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기술과 조류와 바람에 따른 기술을 익혀가는 것이다.
한 지역의 바다에서 물질 기술을 익혔더라도 시집을 가거나 이사를 가서 다른 지역의 바다에서 물질하려면, 해녀들은 새로운 바다에 대한 지식과 바뀐 바닷속 환경에 대한 적응 기술을 다시 익혀야 한다.


상군해녀에게 물질 기술 배워
사냥과 어로 작업이 그러하듯이 물질에 필요한 필수 지식은 명시적으로 배울 수 없다. 바닷가 양지의 노천 탈의장인 불턱이나 현대식 탈의장에서 알아서 눈치껏 배우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경험담을 서로 나눔으로써 바닷속 여(물속의 보이지 않는 바위)와 수산물에 대한 지식을 넓혀나갈 수 있다. 물질 경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해녀들은 물속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배우는 것이 연습하는 것이고, 연습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물질을 하기 전후에 공동으로 이용하는 해녀 탈의장에서 초보 해녀들은 상군 해녀들로부터 물질에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해녀로서의 의무와 동료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물질은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물질 솜씨는 오랜 경험이 키워주는 것이다. 폐활량이나 찬물에서 견딜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신체적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운 것이다. 물질에 필요한 많은 기술들은 몸이 알고 있기 때문에 물질은 ‘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해녀들은 체력과 신체의 통제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하고, 바다밭에 대한 지식을 늘려야 하며, 지식과 몸의 움직임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 해녀들은 잠수 기술에 따라 자신들을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눈다. 상군 해녀는 오랜 기간 물질을 해 물질 기량이 뛰어나며, 암초와 수산물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다. 날씨에 따라 물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일기예보보다는 물질 경력이 오래된 상군해녀의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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