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촌계장 박씨
우리 어촌계장 박씨는
바람 부는 선창에 앉아
오늘도 찢어진 그물을 깁고 있습니다
낡은 그물을 펼쳐놓으면 지난날들의
서러움도 같이 펼쳐지고,
한 올 한 올 말없이 그물을 꿰어도
지나간 세월은 기워지지 않습니다
수 만 밤을 바다에서 떠돌다
남은 것은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갈라진 손바닥뿐인데,
낡은 저인망 그물을 바다에 던져
저 깊이도 모를 바다에 던져
이제 무엇을 건지려는지
우리 어촌계장 박씨는 오늘도
혼자 그물을 깁고 있습니다
※ 변종환 작가는…
경북 청도 출생. 1967년 시집 <水平線너머>로 작품 활동. 시집 <우리 어촌계장 박씨>, <사념의 강> 등. 부산문인협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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