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상태바
바다 시를 만나다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4.11 0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멸의 명작


천양희


누가
바다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바닥부터 말하겠네
바닥 치고 올라간 물길 수직으로 치솟을 때
모래밭에 모로 누워
하늘에 밑줄친 수평선을 보겠네
수평선을 보다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산 사람 하나
소리쳐 부르겠네
부르다 지치면 나는
물결처럼 기우뚱하겠네
누가 또
바다에 대해 다시 말하라면
나는 대책없이
파도는 내 전율이라고 쓰고 말겠네
누구도 받아쓸 수 없는 대하소설 같은 것
정말로 나는
저 활짝 펼친 눈부신 책에
견줄 만한 걸작을 본 적이 없노라고 쓰고야 말겠네
왔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물살은 거품 물고 철썩이겠지만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건 바다뿐이라고
해안선은 슬며시 일러주겠지만
마침내 나는
밀려오는 감동에 빠지고 말겠네


※ 천양희 작가는…

부산 출생. 1965년 ‘현대 문학’ 등단. 시집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등. 잠언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육필시집 <벌새가 사는 법>. 소월시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