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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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3.2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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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김석규


고층의 도시를 집어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자.
숨 쉬는 하늘을 다 걷어가는 거대한 폭력의 그늘
낮은 곳만 상습적으로 침수를 강요하는
익사한 도시는 차라리 해저로 이전하자.
일렁이는 해초와 산호의 숲 가까이
인공어초 즐비한 신시가지 길게 이어 놓으면
거리엔 자전거는 물론 자동차 한 대 없으니
어깨 맞대어 나란히 걸을 수 있고
주말이면 눈빛 맑은 어족들의 가족이며 일가친척들
모두 손잡고 나와 조금은 붐비는 명품거리
지느러미로 흘러가는 해류의 오후에
무리지어 해마가 각적을 불며 지나간 뒤
시집만 파는 책가게가 부스스 문을 열고
바닷말과 산호들로 빼곡한 꽃집도 문을 열고
먼 해안까지 인광을 쏘아 올리는 저녁이 오면
앞치마로 등피를 닦고 있는 여인의 하얀 손
바다는 온통 현란한 꽃밭으로 타오르고
그 아래쪽 어딘가에 당신의 마을이 있을 것이다.


※ 김석규 작가는…
경남 함양 출생.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풀잎>, <청빈한 나무> 등. 부산시인협회 회장 역임. 윤동주문학상, 부산광역시 문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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