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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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2.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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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노망 고치기 (止父妄談)

한 시골에 아들을 아홉 둔 노인이 살았다. 이 노인은 옛날 서당에서 글공부를 할 때 사략(史略)을 읽어서 중국 역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즉 중국 고대에는 온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天子)에, 전국을 9주(九州)로 나누어 그 책임자인 장(長)을 임명해 다스렸던 역사를 배웠던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이 아홉 명의 아들을 두고, 늘 머릿속에 이들이 장차 9주의 장이 될 것을 상상하며 길렀다.

세월이 흘러 아들들은 모두 성장해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노인은 어느덧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졌다. 곧 노인은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옛날에 골똘히 생각하던 그 상상만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서 아들들이 9주의 장이 되었을 때 자신은 천자, 곧 황제가 된다는 망상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노인이 아홉 아들을 모두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

"어느새 너희들 모두 장성했구나. 이제는 9주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니, 속히 그 절차를 밟아 의식을 갖추도록 하라. 그리되면 나는 이제 황제가 되는 것이니라."

이 말을 들은 아들들은 몹시 난처했다. 그러나 노인은 날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 하니,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걱정하여 모여서는 이렇게 상의했다.

"아들 된 도리로 부친을 속이는 죄는 비록 크지만, 그 잘못을 고쳐 드리는 일 또한 자식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부친께서 자꾸 분수에 어긋난 망언을 하고 계시니, 민신(民臣)의 도리에 매우 불안한 지경이다. 우리가 좋은 계책을 꾸며 다시는 그런 망언을 입 밖에 내시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렇게 결정한 아홉 아들들은 그 날부터 후원 깊숙한 곳에 포장을 치고 의자와 탁자를 마련한 다음, 커다란 일산(日傘)을 덮어 으리으리하게 보이도록 꾸몄다.

그리고 부친을 모시고 가서 포장 안의 높은 의자에 앉히고, 그 앞에 모두 엎드려 마치 신하가 임금 앞에서 하듯 아뢰었다.

"소자들은 이미 9주의 장이 되었사옵니다. 그리하여 이제 부친께서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셨으니, 마땅히 무거운 관을 쓰셔야 하옵니다. 소자들이 마련한 황제의

관을 바치오니 늘 쓰고 계시옵소서."

이렇게 말하면서 돌로 된 절구를 들어 바쳤다. 노인은 황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그 돌절구를 머리에 쓰자, 어찌나 무거운지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허리마저 꾸부러져 똑바로 앉을 수도 없었다.

이 때 아홉 아들과 손자들까지 모두 와서 엎드려'천자 만세'를 외치니, 노인은 돌절구가 무거워 견디지 못하고 벗어 버리면서 벌떡 일어나 소리쳐 말했다.

"천자의 관이 이렇게 무거운 줄은 내 미처 몰랐다. 이 정도라면 나 같은 늙은이의 기력으로는 한 시각도 견디기 어렵도다. 다시는 천자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도 말지어다."

이에 아들들이 노인을 다시 방안으로 편히 모시니, 그 뒤로 노인은 9주의 장이라든가 천자라는 말을 두 번 다시 입 밖에 내지 않았더라 한다

 


당한 것만 보이네 

옛날에 한 부자가 깊은 산 밑에 양전 백여 마지기를 개간했으나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경작을 할 수가 없었다.

부자는 밭을 갈지 못해 한 톨의 수확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밭이 날로 황폐해 가 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부자는 마침내 그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 자기의 딸올 주겠다고 널리 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얼마 후 한 장사가 찾아와 자기가 그 소임을 맡겠다고 청했다.

이리하여 장사가 홀로 밭을 갈며 사방을 경계하는데 과연 맹호 한 마리가 울부 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과연 천하장사인지라 날쌔게 몸을 날려 호랑이를 잡아 허리를 부러뜨려 던져 버렸다.

그때 호랑이가 허리가 부러져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듣고는 여우가 나타나더니 호랑이에게,

"호랑이 숙부께서는 어인 일로 이렇게 신음하십니까?"

하고 공손히 물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내가 저 밭을 경작하는 자를 잡아먹기를 여러해 해 동안 벼루어 왔는데 오늘 은 어떤 놈으로 인해서 내 허리뼈가 부러졌구나."

하고 계속 신음하니 여우는,

"숙부께선 언제나 산군이라 자처하며 그 위엄을 뭇 짐승들에게 떨치시더니 어 하여 촌놈에게 허리가 부러졌소? 내 숙부님을 위해 그 원수를 갚으리다."

하고 호기를 부리더니 여우는 빼어난 미녀로 둔갑했다. 여우가 미녀가 되어 장사를 유혹했으나 그는 이미 그게 요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뒷다리를 꺾어 내던 졌다. 여우란 놈은 절름거리며 호랑이 옆으로 기어 오더니.

"숙부, 나도 당했어요."

하고 푹 고꾸라졌다. 이때 한 마리 벌이 날아오더니,

"두 분이 촌놈 하나를 이기지 못해 허리와 다리가 상했으니 참으로 남보기에 창피하오. 이런 말은 아예 다른 짐승에겐 하지 마시오. 그 대신 내가 날아가 이 날카로운 입바늘로 그놈을 찔러 피가 솟구치게 해서 죽여버릴 것이오. 내 기필 코 두 분의 원수를 갚고 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하고 노기층천하더니 어느 틈에 장사의 머리에 붙었다. 그런데 벌이 독침을 꽂으려는 찰나에 장사는 풀대를 꺾어 벌 놈의 항문에 꽂아 버렸다. 벌놈은 제몸의 몇 배가 되는 풀대를 항문에 꽂은 채 아픔과 혼미로 나는지 굴 렀는지도 모르고 호랑이와 여우가 앓고 있는 곳까지 겨우 다가왔다. 이럴 즈음 부자는 하회가 궁금해서 딸에게 장사의 생사를 살펴오도록 일렀다. 부자의 딸이 조심조심 밭가에 이르니 장사는 거기 살아 있었다.

"내 이미 호랑이를 잡고 밭을 갈게 되었으니 당신은 마땅히 내 아내가 되었소."

하고 장사가 그녀를 이끄는 지라 두 남녀는 그만 그 자리에서 합일되었다. 그때 장사가 계집의 허리를 안는 것을 본 호랑이란 놈은,

"저것도 필경 허리가 부러지겠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다시 장사가 계집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자 이번에는 여우란 놈이,

"어 어 , 저것도 다리가 부러지게 됐어."

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이윽고 사내가 그의 양물을 계집의 음호에 밀어넣으니 이번에는 벌이,

"저것 봐, 그놈이 또 풀대를 꽂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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