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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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9.02.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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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폭포를 베로 인식하다 (畵瀑認布·화폭인포)
어떤 사람이 그림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한 그릴 줄도 모르면서 도화서별제(圖畵署別提) 자리에 오르고 싶어했다.
그리하여 그림을 잘 그리고 또 잘 알아본다면서 소문을 내고 다니니, 사람들은 그가 정말 그림을 잘 아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그렇게 많은 식견이 있는 것으로 자랑하고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도화서제조(圖畵書提調)를 찾아가 알현하여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이에 제조는 소문을 들어 그가 정말 그림에 대해 잘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일단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
곧 제조는 여산폭포도(廬山瀑布圖) 한 폭을 내건 뒤, 평을 해보라고 했다.
한데 이 사람은 그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니 자세한 내용은 지적하지 않고, 그저 잘 그렸다는 칭찬만 늘어놓았다.
제조가 들어보니 틀리게 말하는 부분이 없어, 정말 그림을 잘 안다고 생각해 별제로 임명할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제조의 속마음을 눈치 채고 기분이 매우 좋아 흥분하면서, '그래, 이쯤에서 새로운 의견을 내놓고 제조의 환심을 사서, 더욱 확고하게 나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하여, 다시 그 그림 속의 폭포를 가리키며, "이 그림은 전반적으로 잘 그렸지만, 특히 여기 베를 씻어 햇볕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모습은 정말 일품입니다.
이 그림의 묘미는 진정 하얗게 널린 베에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체로 그림 속 폭포의 모습이 하얀 베처럼 보이기도 했으니, 씻어서 볕에 쪼이려고 펼쳐 놓은 베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 말에 제조가 비로소 그가 그림을 전혀 모르는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웃으면서 그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이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너무 웃어 허리가 잘룩해졌더라 한다.


아내에게 속은 포졸
한 포졸이 있었는데, 늘 밤에 나가 거리를 순찰하다 보니 아내는 혼자 밤을 지내야 했다. 예쁘고 총명한 그의 아내는 어릴 때부터 어느 대감댁에서 자라며, 그 댁 마님의 몸종으로 귀여움을 받아, 이 포졸에게 시집을 보내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대감댁을 드나들며 이 댁에 자주 오는 어느 문객(文客)과 자연히 눈이 맞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순찰하러 나가면 그 문객을 집으로 불러들여, 밤마다 맨살을 맞대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어느 날 밤에도 역시 남자와 즐겁게 놀고 있는데, 마침 그 남편 포졸이 자기 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초저녁부터 돌아다녀 피곤한데, 이왕 우리 집 근처에 왔으니 잠시 들어가 눈 좀 붙이면서 쉬었다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기 집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간부(姦夫)와 놀고 있던 포졸 아내는 갑자기 대문을 두드리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금방 좋은 계책 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래서 곧 간부에게 자신이 대처하는 것을 잘 보고 적절하게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얼른 옷을 입고 나가 문을 열면서 남편에게 불평하듯 말했다.
"여보, 당신을 여태껏 기다렸는데 왜 이리 늦게 들어왔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나야 늘 밤중에 나가는 사람인데,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요? 어서 얘기해 보오."
"아, 글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이제나 저제나 당신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 애를 태우며 기다렸다는 말이지요."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이 있어 기다렸단 말이요?"
"예, 말씀드리지요. 대감댁 마님께서 사람을 보내 저를 부르셔서는 부탁을 하시지 뭡니까. 그 댁 친척 양반께서 다니러 왔다가 너무 늦어져 통금 시간에 임박해졌으니, 절더러 모시고 집에 가 있다가 당신이 들어오거든 댁에까지 잘 모셔다 드리라는 분부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기다리셨으니, 어서 빨리 잘 모셔다 드리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포졸의 아내는 방안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서방님께서는 속히 나오셔서 댁으로 돌아가소서!“
아내의 말에 포졸은 주먹으로 머리 뒤쪽을 두드리면서,
"내 초저녁부터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해서 잠시 눈 좀 붙이고 쉬었다 나가려 했건만, 뭐 이런 생각지도 않던 일이 벌어지는지, 원"이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이 때 방안에서 도포를 갖춰 입은 그 남자가 큰 기침을 하며 의젓하게 나와, 포졸을 향해 위엄있게 꾸짖었다.
"너는 속히 돌아오지 않고 왜 이렇게 늦었느냐?"
"아, 도련님! 순라를 도는 포졸이 어찌 서방님이 와 계신 줄 알고 속히 들어온단 말씀입니까? 댁은 어디쯤이신지요? 앞서 가시면 소인이 뒤에서 보호하여 따르겠습니다."
이리하여 포졸은 지친 몸으로 아내의 간부를 집에까지 잘 모셔다 드렸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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