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사)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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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사)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
  • 안현선
  • 승인 2018.12.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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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업인 스스로 수산자원을 보호해야죠”


산란·서식지 파괴 막으려면 연근해조업구역 구분하고
강력하게 연안을 관리·보호할 수 있는 정책 수립해야
어업인에게 감시·계도권한 부여하면 불법어업도 효과
생분해성어구 지원 사업 추진 위해 연구용역 진행 중


 지금은 옛이야기다. 수산자원이 풍부하던 시기, 바다는 우리에게 화수분과 같이 풍부한 물고기를 쏟아냈다. 당시의 어업인들은 자원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그저 바다에서 주는 대로 수산물을 거둬들이기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바다의 화수분에도 침체기가 찾아왔다. 바다가 내어주는 물고기보다 더 많이 잡아버려 풍요의 바다가 이제는 빈곤의 바다가 돼 버렸다.
 1986년 173만 톤에 달하던 연근해 어획량은 2016년에 44년 만의 최악인 92만9814톤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2016년보다 3000톤가량이 더 줄어든 92만5732톤으로 집계됐다.
 연근해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한 해 '어쩌다'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고착화'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12해리 내에서는 5톤 이하 어선만 조업토록
 수산자원이 급감하자 강력한 정부 정책보다도 어업인 스스로 자원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중심에는 전국 연안어업인들의 권익 보호와 어업질서 확립을 위해 결성된 (사)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가 있다.
 김대성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하에 어업허가 제도를 근간으로 금어기, 금지체장, 망목제한, 총허용어획량(TAC)제도 등이 시행돼왔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수산자원은 감소해 연근해어업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처해 있다"면서 "이제는 어업인 스스로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우선 연근해조업구역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는 5톤 이하의 연안어선만 조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연안 근처에서 대규모 근해어선이 접근해 조업을 할 경우 산란지와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연근해조업구역을 구분해줘야 한다"면서 "어업인 간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주로 야간에 치밀하게 이뤄지는 불법어업을 단속하기 위해선 어업인들이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해경이나 어업관리단에서 불법어업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인력과 선박 등이 부족해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어디에서 불법으로 조업을 하고 있는지는 사실 어업인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계도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을 어업인에게 부여한다면 불법조업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는 '우리는 불법어업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깃발을 1000개가량 만들어 각 지역 어업인들에게 배포했다. 깃발을 제작해 배포한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어업인 스스로가 불법어업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어업관리단에도 깃발을 매달고 조업을 하는 어선이 불법어업을 저지르면 엄벌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불법조업만 사라지면 적어도 수산자원이 50%가량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의 정책보다도 어업인 스스로가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안을 관리·보호하는 정책 수립해야
 연안어업인들은 그동안 자원이 감소하면서 어업활동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은 힘 있는 소수 기업형 어업을 대변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나라 어선 관련 정책은 99%가 근해어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근해어업 생산량이 우리나라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다 보니 정부 지원정책이 근해 업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은 연안어업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 회장은 "물고기가 산란하고 성장하는 곳은 연안인데, 연안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정부는 더 이상 어리석은 탁상행정을 펼쳐선 안 되며, 이제는 물고기를 잡는 양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강력하게 연안을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어선 현대화사업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정부에서 어선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연안어업의 경우 먼바다에서 조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선원의 위생·복지를 위한 시설보다는 냉각기 지원사업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
 김 회장은 "어선에 냉각기를 설치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고, 어업인들은 어획물의 부패 속도를 늦출 수 있어 더 좋은 값에 어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생분해성 어구 관련 연구용역 진행  
 현재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의뢰해 생분해성 어구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바다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여러 이유 가운데 어업인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게 폐어구인데, 폐어구로 말미암아 유령어업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령어업이란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어구에 해양생물이 걸리거나 갇혀 죽는 것을 말한다.
 김 회장은 "지금 현장에서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된 불법어구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불법 어구 대부분이 규정보다 작은 그물코로 이뤄졌기 때문에 어린 고기 남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분해성 어구도 있지만 불법 수입 어구보다 비교적 값이 고가여서 어업인들이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며 "효과는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생분해성 어구를 개발해 어업인들에게 보급하는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는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정부와 활발한 소통에 나서는 등 대외적인 활동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어업의 미래는 우리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수산자원 관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뒷받침만 이뤄진다면 빈곤의 바다가 다시 풍요의 바다가 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어업 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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