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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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12.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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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부할 것도 없다...

옛날 한 양반 집에 얼굴이 아름다운 여종 하나가 있었다. 하루는 양반이 여종을 꾀어 뒷산 숲으로 이끌고 가서 바야흐로 거사를 치루려 는 순간, 그때 여종의 사내가 홀연히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아슬아슬한 위기일발 의 순간이었다. 양반은 여종의 치마로 여종의 얼굴을 덮고 이내 거기에 엎드려 사내를 돌아보며 눈을 히번뜩이고 입을 히죽이 벌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몰골을 본 사내는 웃음을 머금은 채 말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날 저녁 사랑에 들어온 사내는, "주인님, 아까는 소인이 잘 피해 드렸지요? 그 영악함이 그만 아닙니까?"하고 양반에게 자랑하였다.

양반은 "넌 과연 영악한지고! 그야말로 기특하네. 계집이 그때 너를 보았으면 얼마나 무안했겠는가!"하고 칭찬하니 사내는 더욱 기뻐서, "그래서 소인이 그 자리를 곧 피해버린 거지요."

그날 밤 사내가 계집에게 "낮에 주인님께서 어떤 계집과 이러저러한 일을 하시기에 잘못 꽃밭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될까봐 모르는 채 곧 피하고 말았더니 주인님께서 날 영리하다고 칭찬이 대단했어"하고 한바탕 자랑을 늘어 놓았다.

그러자 계집은 "맞아요. 영감께서 하신 일을 함부로 남에게 발설해서는 안돼요. 행여 발설하게 되면 중벌을 면치 못할 거예요"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내가 뭐 세살 먹은 아인가. 어찌 그런 일을 누설하겠어. 그런건 당부할 것도 없는 일이야"하고 자랑스러운 얼굴을 했다.

 

-기녀들이 서로 질투하다 (妓女相妬)

옛날에 기생을 둔 고을이나 감영에서 이들 기생들의 질투로 인한 폐단이 적지 않았었다.

예를 들면 고을 관장이나 감영의 관찰사가 한 기생을 수청 들게 하면, 그 기생은 반드시 의복이며 바느질 도구 등을 관아로 옮겨와서 마치 관장의 부인처럼 행세하고, 관장의 치산(治産)을 도맡아 처리하곤 했다.

게다가 관장이 또 다른 기생에게 마음을 쏟거나 잠자리를 하게 되면, 이 수청 기생은 질투를 하여 본부인보다 더 심하게 추궁하고 못살게 굴었다.

한 사람이 관장이 되어 어느 고을로 부임해 갔다. 그리고는 먼저 '춘랑(春浪)'이란 기생을 가까이 해 수청을 들게 했는데, 나중에는 춘랑보다 예쁜 '홍련(紅蓮)'이라는 기생을 사랑하게 됐다.

이에 관장이 몰래 홍련과 잠자리라도 하게 되면, 춘랑의 질투로 온 관아가 시끄럽고 소란하여 관장은 매우 괴로웠다.

어느 날 밤에는 관장이 춘랑과 함께 자는데, 하도 잠이 오지 않아 코를 골고 있는 춘랑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때 문득 관장은 홍련이 보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 방을 나가려니, 마침 춘랑이 문 앞에 자고 있어 그 몸을 넘어 나가야 했다.

이에 관장은 발을 높이 들어 그 몸을 지나 문지방을 밟으려다가, 몸이 비틀거리면서 춘랑의 배 위로 발이 떨어지려 하기에 깜짝 놀라 다시 들어올리면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간신히 그 위기를 모면했다.

이 때 문득 관장의 머리에 이런 시구가 떠올랐다.

곧 춘랑의 이름 자에 있는 '물결랑(浪)'자를 바다로 표현하고,

사람의 '배(腹)'를 같은 음의 바다에 떠 있는 '배(舟)'로 대치시켰다.

그리고 기생의 이름인 '홍련'을 글자의 뜻 그대로 '붉은 연꽃'이라 나타내었다.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련남포거)남쪽 포구에 홍련 연뿌리를 캐러 가다가

洞庭春浪孤舟驚 (동정춘랑고주경)동정호 봄 물결에 외로운 배 놀라게 했네.

 

-이빨을 닦았다...

한 여종이 얼굴은 반반하나 이를 닦지 않아 그야말로 황동색을 하고 있었다. 이에 한 호사가가 심심한지라 여종에게 이르기를, "흥 머슴이 너의 자색이 탐낼만 하나 이가 누런 것이 흠이라고 하더라"하고 말하고 다시 홍 머슴에게는 "그 여종이 네 풍모는 실로 사내다우나 손발을 제대로 씻지 않는 게 홈이라고 하더라"하고 말했다.

이리하여 여종과 홍 머슴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를 닦고 손발을 씻어댔다. 이윽고 때가 말끔히 벗겨진 것을 확인한 홍 머슴은 여종에게로 갔다. 그리고 주인을 찾으니 여종이 나오자 홍 머슴은 공연히 팔을 흔들고 손을 내밀면서 "주인 양반 계시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종은 "출타중야" 하고 입이 찢어져라 크게 벌리고는 횐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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