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인들이 외면하는 바다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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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인들이 외면하는 바다의 날 행사
  • 탁희업
  • 승인 2018.05.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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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인천 내항 8부두에서 제 23회 바다의 날 행사가 열렸다.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함께 가꿔갈 바다, 함께 누려갈 바다’를 주제로 삼았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우리 미래는 바다에 달려있다며 바다를 희망찬 기회의 공간으로 보전하기 위한 공동노력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를 찾아봐도 ‘함께 가꿔갈 바다, 함께 누려갈 바다’라는 주제에 걸맞는 행사는 보이지 않는다. 장, 차관이 직접 참여하는 등 일주일 정도의 해양쓰레기 정화 행사가 진행된 것이 바다와 직접 관련된 행사로 여겨진다.


작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를 돌파해 수도권 물류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내항 재개발을 통해 도시와의 상생발전을 추진하는 한다는 의미로 인천 내항 8부두가 기념식 장소로 선정됐다. 또한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 수상자는 선주와 화주 간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35년간 외항 화물 운송업을 선도한 사람이며, ‘은탑산업훈장’ 수상자도 30여 년간 해운항만물류산업에 종사하면서 내항 부두운영회사(TOC) 통합 등 인천항 발전에 기여한 해운물류 업계 종사자다.


때문에 바다의 날이 해운산업의 날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미 3월 30일 수산인의 날에 바다의 의미를 되새기고 바다와 함께 상생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우리의 미래가 바다에 달렸다는 중요성도 돌아봤다. 한데 2개월여만에 바다의 의미와 중요성을 돌아보는 행사를 가진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합행정을 추진한다고 강조하는 해양수산부가 아직도 통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해운산업이 경제발전과정에서 필요불가결한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실제로 외화운임수입과 자국선 적취율 증강으로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을 기념해 1977년 제1회 해운의 날 기념식을 하고 1995년 제 19회까지 법정 기념일로 이어져 왔다.

1969년 4월 1일 제정된 어업인의 날은 1973년부터 권농의 날과 통합됐고 1997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면서 바다의 날에 어업인이 참여하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바다의 날은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과 함께 어업인의 날과 통합돼 운영돼 왔으며 2011년 수산업법이 개정돼 관련 규정이 생기면서 39년만에 수산인의 날로 독립됐다. 20여년간 통합과 분리가 이어져 오면서 해양수산부내에 어정쩡한 2개의 국가지정 기념일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국가 지정 기념일로서, 내세우는 주제는 거창하지만 속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촌과 어업인들의 바다의 날 기념 행사 참여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바다에 희망을 걸고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행사를 이중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기 보다는 바다관련 종사자 전체가 참여하고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지붕아래에서 비슷한 성격의 국가지정 기념일을 두 번할 필요는 없다. 바다관련 종사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전 국민들에게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한다면 반대할 이가 없을 것이다. 각각의 기념일 성격을 골고루 담아 조화롭게 진행한다면 훨씬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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