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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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4.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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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흉내 (房事模倣)
한 포졸(捕卒)이 있었는데 날씨가 몹시 추운 날 밤에 순라(巡邏)를 돌다가 으슥한 거리에 있는 긴 행랑방에서 촛불이 휘황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방에서 남녀가 요란하게 희롱하는 소리가 들려와 숨을 죽이고 창밖에서 구멍난 틈새로 안을 엿보니 나이 젊은 미남 미녀가 방사(房事)를 치르고 있는 것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향기로운 술상을 차려놓고 벌거벗은 채 여자는 암말이 되고 남자는 숫말이 되어 퉁수 소리 같은 말울음 소리를 토해내는 등 철철 넘치는 운우(雲雨)를 즐기고 있었다.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향기로운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혹은 발로 가볍게 차기도 하며 노는데, 촛불 그림자가 휘황한 가운데 여자의 눈같이 흰 피부가 더욱 풍만하고 탐스러웠다.
포졸은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면서 말했다.
"나도 집에 가서 당장 해 봐야지!"
포졸이 집에 들어와서 보니 그의 집에 늘어놓을 것이라고는 짧은 촛대뿐이었고
음식이라고는 볶은 콩 뿐이었다.
아내에게 옷을 벗게 했더니 삼복 더위에 김매기만 한 몸인지라 피부색은 거칠고 검게 그을려 쪼그라져 있는 지경이었으니, 예쁘게 몸단장을 하여 저절로 음란한 생각을 들게 하는 순라를 돌 때 보았던 그 여자와 자기 아내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포졸은 아내의 살결을 보자 십분(十分) 깊었던 정염(情炎)이 구분(九分)쯤 사그라져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서 그만두기도 어려웠는지라 그는 말울음 소리를 내며 발로 차는 놀이를 아내에게 가르쳐 주고 인하여 아내를 타고 방사를 치렀다.
그러자 아내는 질탕한 정염이 점점 고조되어 흥분 끝에 부지불식중(不知不識中)
맹렬한 발길질을 해대었다. 아내의 발길질에 맞아 아픔을 못 견딘 포졸은 몹시 화가 나서 주먹을 쳐들어 아내를 때리면서 말하기를,
"내가 괜한 짓을 했지."
하더란다.


-소경의 좋은 점괘 (盲人善卜)
시골의 오생(吳生)이 양갓집 규수를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몹시 사랑하여 남다른 데가 있었다.
어느 늦은 봄날에 아내가 냇가에 빨래를 하러 갔다가 꽃다운 향기의 경치에 취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자 끓어오르는 탕정(蕩情)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방을 둘러보니 길이가 한 뼘쯤되는 양물(陽物)처럼 길쭉한 돌 하나가 있는데 모서리가 매우 매끄러운지라 그것을 주워서 옥문(玉門) 안에 집어넣었다.
돌 한 쪽 끝을 잡고 욕정에 따라 밀어 넣었다 빼내기를 거듭하면서 한창 즐기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너무 깊이 밀어 넣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빼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돌이 매끄러워서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배를 눌러 토해 내려고 해보아도 뱃속의 통증이 심하여 차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 빨래하는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근심스러운 빛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오생이 아내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아내는 숨길 수 없는지라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제가 서방님을 생각하다가 그만 자제력을 잃었는데 갑자기 돌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돌이 마치 서방님의 양물과 흡사하게 생겨 그 차이를 비교해 보려고 옥문 속에 넣어 보았다가 그만 너무 깊이 넣어 꺼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서방님 앞이지만 말씀드리려니 진실로 부끄럽습니다."
"그 참 이상한 일이요. 나 역시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서 당신의 화장대를 어루만지다 보니 마음이 울적해지고 무료해집디다.
그때 마침 상 아래에 있는 호리병이 눈에 띄었는데 입구가 좁고 고우며 깨끗한 것이 꼭 당신의 옥문 같았소.
그래서 나 역시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에 재미로 양물을 호리병 주둥이에 집어넣어 보았소. 그런데 갑자기 양물이 팽창하는 바람에 빼낼 수가 없게 되어버렸는데, 호리병을 부수고자 해도 그릇이 단단하고 깨진 조각이 날카로울 터라 양물을 다칠까 두려워하여 이러고 있으니 오늘 우리 두 내외가 모두 큰 우환을 만났소 그려."
끝내 오생 부부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다가 밤늦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을에 있는 소경(盲人) 점쟁이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점을 쳤다.
소경은 익살스럽고 기지(奇智)가 많았는데 오생의 말을 듣고 거짓으로 놀라는 척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액운(厄運)이로다! 자석(磁石)같이 들어붙는 동티가 난 것이라.
경전(經典)을 읽어 액운을 물리치는 길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좋지 않습니다. 제가 저희 집에서 독경(讀經)을 다 마친 후에 댁으로 같이 가서 액운을 물리치도록 하겠습니다.
복채(卜債)로 쌀 석 섬과 말먹이용 콩 다섯 섬을 지금 즉시 가져오시오.“
오생은 황급히 집으로 가서 쌀 석 섬과 콩 다섯 섬 값에 해당하는 돈을 가져다가 복채로 내놓았다.
소경은 새벽녘까지 독경을 하더니 날이 새기 전에 오생의 집으로 따라가 먼저 오생 부부의 옷을 벗게 하고는 눈을 절대로 뜨지 못하게 꼭 감으라고 엄명했다.
그리고는 아내로 하여금 옥문을 오생의 호리병쪽으로 바싹 붙여 향하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주의를 준 다음, 심부름하는 아이를 몰래 시켜 종이로 뾰족한 침을 만들어 아내의 콧구멍에 밀어 넣고 간지럽히게 했다.
아내가 간지럼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재채기를 거세게 너댓 번 계속하자 뱃속에 있던 돌이 갑자기 옥문 밖으로 퉁겨져나와 오생의 양물에 씌워졌던 호리병을 세차게 때리니 호리병은 두 쪽으로 갈라져 깨어지고 마침내 오생의 부부는 온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생 부부는 소경의 술수에 빠진 줄은 모르고 소경의 독경과 액운을 물리치는 신통한 능력에 거듭 감사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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