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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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3.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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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이 하나 반(夫之一人半)
어느 마을에 짖궂은 사내가 있었다.
이 마을 부녀자들은 초여름이 되면 폭포수 흐르는 계곡으로 물마중을 가는 데
어느 날 이 짖궂은 사내가 발가벗고 기름독에 들어갔다 나온 후 밀가루독에 들어가 몸에 밀가루칠을 잔뜩 한 다음 여인들이 물마중 가는 길가의 큰 고목 나무 위에 앉아서 목소리를 우렁차게 꾸며 여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여봐라, 거기 모두 다들 섰거라."
여인들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가다가 깜짝 놀라 모두 섰다.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하늘에서 내려온 금강역사인데, 너희들 서방이 몇 명인지 제대로 다 말하거라. 내가 낱낱이 알고 있으므로 만약에 너희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목이 단칼에 달아날 줄 알거라."
여인들이 금강역사를 가만히 바라보니 겁이 덜컥 났다.
머리에서부터 온몸이 허연게 금강역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정말 금강역사로 여겨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는 하나 둘 대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쇤네는 둘이옵니다."
"쇤네는 셋이옵니다."
어떤여자는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라고 이실직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짖궂은 사내의 처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 여자를 향해 사내가,
"너는 서방이 몇이더냐."고 다시 호통을 쳤다.
그러자 짖궂은 사내의 처는
"쇤네는 서방이 하나 반이옵니다."
대답 하였다.
사내는 하도 어이가 없어 여인들에게 모두들 가던 길을 가라고 이르고는 개울가로 달려가 목욕을 한 후 얼른 집으로 돌아와 시침을 딱 떼고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처에게 물었다.
"물마중 별 일 없이 잘 다녀 왔소?"
"그럼요. 아주 잘 다녀 왔지요."
"정말 아무 일 없었소?"
사내가 묻자 처는 왠지 아침에 본 고목나무 위의 금강역사의 모습이 떠올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속이게 되면 목이 달아날 것 같고 차라리 부끄럽지만 사실을 얘기하면 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실토를 하였다.
"물마중을 가다가 옥황상제님이 보내신 금강역사를 만났는데 느닷없이 서방이 몇이냐 묻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해 솔직히 말했지요.
다른 여자들은 둘이요, 셋이요, 혹은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요 했지만 나는 서방이 하나 반이라고 했지요."
"뭐라고, 하나 반?"
"예."
"어째서 나는 분명 하나인데 하나 반이오? 반은 어떤 놈이오?"
"내가 아침에 우물가에서 머리를 감느라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웬 사내놈 하나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젖통을 덥석 잡아 비틀어 보고 달아나는 거예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이 반쪽 서방 아니겠어요 ?"
이 말을 들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처의 젖통을 잡은 그자는 바로 사내 자신이었던 것이다

 

- 아내에게 속은 남편(欺妻之郞)
장례식이나 굿을 할 때 경(經)을 소리 높여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이를 '경사(經師)'라 불렀다.
경사 중에는 보통 장님이 많았지만 더러는 장님 아닌 사람도 있었다.
장님이 아닌 어느 한 경사의 젊은 아내의 자태가 매우 고왔다.
그런데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이웃집에 잘생긴 청년이 있어 경사의 아내를 흠모했다. 두 사람은 담 너머로 눈길이 서로 마주칠 때면 눈짓을 하곤 하다가 마침내 만나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경사가 외출하고 나면 부인은 담 구멍을 통해 쪽지를 넣어서 연락하고, 그러면 청년은 담을 넘어와 서로 끌어안고 뜨거운 열정을 불 태웠다.
어느 날,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외출한 뒤에 부인은 이웃 청년을 불러들였다. 두 남녀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누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장난을 하면서 노는 사이, 그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을 합쳐 바야흐로 정감이 무르녹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남편이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과 대문이 마주하고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보이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남녀는 꼼짝없이 발각될 지경에 놓였다.
이 때 부인의 머리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옳지! 그렇게 하면 남편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다.'
곧 부인은 얼른 속곳 바지만 주워 입고 젊은이를 방 안쪽에 밀쳐 보이지 않게 한 다음, 벗어 놓은 치마를 들고 방문을 열며 재빨리 뛰어나갔다.
그리고 방문 앞에 거의 다가온 남편을 향해 펄쩍 치마를 펼쳐들어 남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런 다음에 남편의 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서 오세요! 어디에서 오시는 경사님이신가요?"
이러면서 장난치듯 될 수 있는 대로 큰소리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 다음 남편의 얼굴에 치마를 씌운 채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앞이 보이지 않게 막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 경사는 아내가 자기를 환대하여 장난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며 아내를 끌어안고는,
"응! 나는 북쪽 재상 집 장례에 갔다 오는 길이오."
이렇듯 한참동안 치마를 뒤집어 쓴채 떠들며 좋아하는 사이에, 청년은 옷을 주섬주섬 쓸어안고 재빨리 방에서 달려나와 집 모퉁이를 돌아 담을 넘어 가버렸다.
경사는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가 아내가 속곳만 입고 있는 것을 알아채곤,
"여보! 속옷만 입고 나 오기만을 기다렸구려."
라고 하며 자기를 기다리며 미리 옷을 벗고 있는 줄 알고 좋아했다.
그리고는 아내를 끌어안아 방으로 들어가 눕히고 마침내 몸을 합치니, 이날 따라 아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남편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남편은 매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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