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을 제발 조합원에게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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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을 제발 조합원에게 돌려줘라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3.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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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수 전 한국협동조합학회장

정부, 법률로 회장 연임 불가 규정둔 것은 수협 길들이기
수협이 조합원의 자조조직이란 점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 
수협법 58차례나 개정하면서 정부의 간섭도 더욱 심화돼
협동조합의 가치 - 원칙 등 고유 특성들 시나브로 사라져

문재인 정부는 천만 개 촛불의 무게로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실고, 천만 개 촛불의 밝기로 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 천만 개의 촛불에 그늘이 서린 계층이 있다면, 이는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욕보이는 것이다. 이 그늘을 거둘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다름 아닌 협동조합이다. 수백 년 전 지독한 가난에 찌들어 절망적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에게 희망의 빛을 보게 한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자본의 횡포를 극복하고 시장경제의 체질 개선에 이바지 하도록 자본을 이끈 주역이 협동조합이었다. 그 원동력은 돈이 아닌 조합원 중심의 연대로 일군 협동이었다. 이는 협동조합이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구현함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이유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73년 대한민국의 협동조합 역사는 조합원 중심에 터 잡은 협동의 잠재력을 외면했다. 협동조합은 관제화, 정치화의 길을 쉼 없이 걸어왔다. 그 결과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은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그 대표적 사례가 수협이다. 수협법은 제1조에 ‘어업인 등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수협을 옥죄는 것이다. 목적과 결과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수협은 조합원이 자기책임으로 스스로 관리하는 조합원의 자조조직이며,  목적은 ‘조합원의 지위의 향상’이다. 따라서 수협법이 이른바 목적으로 명시한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은 조합원의 지위향상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수협법은 목적과 결과를 바꾸었다.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분명하는 것은 수협을 반(反)협동조합의 길로 걷게 한 것이다.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계획하고 주도했던 수협 길들이기 정책의 일환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지난 1962년 4월 수협법이 제정된 이래 도합 58차례의 개정을 거듭하면서 정부의 간섭도 심화됐다. 그 결과 협동조합 가치, 원칙 등 고유의 특성들이 수협에서 사라지는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
그 단적인 예가 중앙회장의 연임 불가의 규정이다. 이는 수협이 조합원의 자조조직이란 점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중앙회장은 정부가 아닌 조합원이 뽑은 조합원의 대표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률로 연임 불가의 규정을 둔 것은 수협 길들이기가 그 목적이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정부는 그런 목적론적 의도가 없다고 강변하겠지만, 그간 관료출신들이  수협의 주요 보직을 꿰찬 것만 보아도 정부가 수협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수협을 통해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하고,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사회 구석 구석에 고루고루 실어 나르겠다면,  이제 수협이 조합원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이에 걸맞은 수협정책을 펴야 한다. 수협을 조합원에게 되돌려 주고, 현 회장 등 중앙회장의 연임에 관한 규정 등은 조합원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수협에 맡기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정부 등 정치권의 일각에서 중앙회장의 연임은 허용하되, 현 회장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 역시 그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수협을 어떡하든 움켜쥐겠다는 강한 의지를 에둘러 표한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설사 현 회장의 연임 금지가 아무리 훌륭한 규정이라고 하더라도 수협이 이를 반기지 않는다면, 이는 수협을 탓할 것이 아니라 법정책의 실패를 나무라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왈가왈부한다면, 이는 수협 조합원의 자주적 협동정신을 바꾸는 국가적 재교육이란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서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수협이 조합원 중심이란 것은 수협 고유의 기업문화이다. 문화는 군대의 무기와 같다. 무기가 무딘 군대는 적을 이길 수 없다. 중앙회장의 연임 결정 등을 정부가 좌지우지한다면, 이는 수협의 문화를 해치는 것이다. 연임 결정은 조합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협 고유의 문화를 잘 가다듬어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꽃피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협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닻을 내린 구원의 방주란 것이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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