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상태바
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2.12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뼈를 녹여주는 나그네(消骨客)
한 행상(行商)이 어느 민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밤중이 되자 주인 부부가 교접(交接)을 하는 환성이 들려 와서 행상이 주인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이 "소리를 듣고 아시겠지만 지금 아내와 교접 중이오"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행상은 가르쳐 주었다.
"대체로 운우(雲雨)에는 두 가지의 격식(格式)이 있는데,
그 하나는 깊이 넣고 오랫동안 교접함으로써 아내로 하여금 뼈가 녹게 하는 것이 상격(上格)이요,
또 하나는 격한 소리를 내면서 잠깐 동안에 방설(放泄)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하격(下格)이요.
주인은 이 상격과 하격을 잘 아셔야 하오."
행상의 이 말은 여인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래서 여인은 한 꾀를 생각해 내어 잠을 자다가 꿈에서 깨어난 듯이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꿈을 꾸었는데 우리 조 밭에 멧돼지가 들어와 조를 마구 뜯어먹고 있어요. 만일 그 조를 다 잃게 되면 어떻게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겠소?
어서 빨리 가서 멧돼지를 지키시오"
남편은 그 말을 믿고 활을 들고 뛰어 나갔다.
그러자 여인은 행상을 불러들여
"뼈를 녹여주는 사람(消骨客)을 내 어떻게 그냥 보내겠소?
어디 뼈 한번 녹여 주시오."
하고 애교를 부리니 드디어 여인이 바라던대로 그 환정(歡情)이 극에 달하게 되었다.


-새신부 이야기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조부로부터 사자소학을 배우고, 집으로 찾아온 훈장으로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고 별당에 틀어박혀 사군자나 치던 열여섯살 규수가 양반 가문 헌헌장부 둘째아들에게 시집갔다.
 신랑은 초시에 합격한 백면서생으로 깊은 학식에 기품 있고 예절 발라 ‘저런 사람은 통시(화장실)에도 안 갈 거야’라고 신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첫날밤, 촛불을 끄고 나자 그렇게도 점잖던 신랑이 짐승으로 돌변해서 홀랑 옷을 벗고 신부의 옷도 발가벗기고는 입에 담지 못할 망신스러운 짓을 서슴없이 해치우는 것이 아닌가. 아프고 놀라서 밤새 쪼그리고 누워 눈물을 흘렸는데, 코를 골고 자던 신랑이 새벽녘에 깨어나 또다시 짐승이 되어 몹쓸 짓을 했다.
 동창이 밝자 간밤의 그 짐승은 의관을 정제하고 의젓하게 점잔을 빼며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시치미를 뗐다. 새신부는 쓰라리고 부끄럽고 낭패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남편은 태연하게 웃고 사설을 늘어놓았다. 도대체 저게 양반인가. 저게 인간인가.
 남편은 시집에 두고 혼자 친정으로 신행 가던 날, 신부는 제 어미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그 남자하고 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정어머니는 난감해졌다. 어릴 때부터 남녀유별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쳤지 남녀합환에 대해서는 한마디 귀띔도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친정어머니도 양반 가문 출신이라 한평생 말과 몸가짐이 한치 흐트러짐 없이 조신하게 살아왔기에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딸에게 음양의 조화를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행랑어멈을 조용히 불렀다.
 “여보게, 내 오늘 밤 자네에게 부탁이 하나 있네.”
 “제게 부탁이라니요?”
 새신부 친정어머니가 행랑어멈에게 귓속말을 하자 행랑어멈은 얼굴을 붉혔다. 행랑채는 방 두개가 미닫이를 가운데 두고 이어져 있다.
 친정어머니는 신행 온 딸에게 별당은 구들을 고친다 둘러대고 행랑채 방 한칸에 잠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행랑아범 내외가 부스럭거리더니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니어도 상념에 젖어 누워 있던 새신부가 살며시 몸을 일으켜 미닫이 사이로 눈을 갖다댔다.
 호롱불도 끄지 않은 채 두 짐승(?)이 벌거벗은 채 온 방을 헤집고 뒹굴었다.
 이튿날 신부는 어머니에게 “그런 짓은 쌍것들이나 하는 짓이지…” 하며 역정을 냈다. 어머니는 조용히
“내가 너를 어떻게 잉태했는지 알려 주마.”
 그날 밤, 새신부는 안방 장롱 속에 앉아서 장롱 문틈으로 안방을 내다봤다.
술을 한잔 마신 아버지가 안방에 들어와 촛불을 끄려 하자 어머니가 말했다.
 “오늘은 불을 끄지 마십시오.”
 “그거 좋지요.”
 그 점잖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행랑어멈 내외와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야 운우지정을 알게 되였다 하더라.





----모자라면 추가해주세요

-소박맞은 이유(逐家理由)
시집에서 소박을 맞고 쫒겨온 세 여인이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다.
그녀들은 별일도 아닌 것으로 쫓겨 왔다면서 서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먼저 한 여인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쫓겨났다니까!
한번은 시어머니가 피우던 담뱃대를 털어 오라고 하기에 그것을 털려고 바깥으로 나갔지.
마침 둥그런 돌이 보이기에 그 돌에다 대고 담뱃대를  털었는데, 그것이 돌멩이가 아니라 달빛에 비친 시아버지의 대머리일 줄 누가 알았어? "
다음 여인이 말을 받았다.
"시아버지 머리통을 돌로 알고 그 곳에다 담뱃대를 털어 상처를 냈으니 그럴 만도 하네. 거기에 비한다면 나는 정말 억울하다니까.
나는 시할머니께서 화로에 불을 담아 오라고 하기에 화로를 들고 나간다는 것이
요강을 잘못 들고 나가서 거기에다 불을 담았다가 쫓겨났거든."
이번에는 마지막 여인 차례이다.
"요강을 화로로 알았으니 바보짓을 했구먼.
거기에 비하면 나는 기껏 좋은 일을 하고서도 쫓겨났으니 너무 억울해.
하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총각이 하도 추워하기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총각의 손을 내 가슴속에 넣고 녹여 준 것이 화근이었지 그뿐이었다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