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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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1.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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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탄로 날 일(今時綻露事)
어느 곳에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가 있었다.
한번은 박진사가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맛 좋은 새우요리를 한 번 먹어 보고는 늘 새우요리, 새우요리하며 입버릇처럼 타령을 하던 차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침 한 짓궂은 친구가 커다란 새우 열댓 마리를 선물로 사들고 가서 박진사의 몸종을 불러내어 새우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는 장난삼아 말했다.
"이 새우를 삶으면 네년이 진사 어른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당장 알게 된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을까요 ?" 몸종은 깜짝놀라 물어보았다.
"즉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새우는 빨갛게 된단다."
이 말을 듣고 몸종은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박진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새우 요리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데 한식경이 지나도록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박진사가 안에다 대고 소리쳤다. "얘야, 새우 요리는 어찌 되었느냐 ?"
"예, 이제 곧 가지고 나갑니다." 몸종이 부엌 쪽에서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상당히 기다리게 한 뒤에야 겨우 몸종이 빨갛게 익어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새우요리 접시를 들고 나와서는 상위에 내려 놓더니, 얼굴이 새우보다 더 새빨개져서 박진사를 보고 말했다.
"그러기에 쇤네가 뭐라고 그랬사옵니까. 금방 탄로가 날거라고 여쭙지 않았사옵니까요."


-몸에 좋은 누룽지(補身灼食)
어떤 총각 둘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늘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나 기운 없어 죽겠다."
"젊은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그런 소리나 해대고, 안됐다. 대체 왜 그래?"
"너도 내 입장이 되어 봐라. 너야 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지내지만 나야 어디 그냐?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형수 밑에서 얻어먹는데."
"형수가 굶기기라도 해?"
"굶기기야 하겠냐? 밥을 준다는 게 맨 날 눌은밥이야.
이젠 누룽지만 보면 신물이 난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좋은 꾀를 하나 궁리해 냈다.
"너 걱정하지 마라. 좋은 수가 있다."
"어떻게 하는 데?"
"아무 생각말고 내일 아침 내가 갈 테니까 미리 변소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기나 해라. 그리고 내가 묻는 말에 시키는 대로 대답이나 하면 돼."
친구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른 후 돌아갔다.
다음날 그 친구가 찾아왔다.
"아주머니,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얘는 어디 갔습니까?"
"도련님은 변소에 가셨는데 좀 기다리시죠."
"아닙니다. 제가 볼 일이 좀 급해서요. 거기 가서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친구는 변소 앞에 가서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야, 너 물건 한번 되게 크다. 요새 무얼 먹는데 그래?"
"맨 날 누룽지지 뭐,"
"야 너 눌은밥 한 해 먹고 이렇게 커졌으니, 한 해만 더 먹으면 방망이만 하겠다."
형수는 부엌에서 밥하다 말고 이 소리를 다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다시는 시동생에게 누룽지를 주지 않았다.
그 좋은 누룽지는 매일 매일 형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산통을 남녀 평등으로
어느 정승댁 며느리가 하느님을 찾아가서 당당하게 독대를 청하고 남녀 평등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이 아기를 만들 때는 남녀가 합작해서 만들었는데 왜 여자만 산통을 겪어야 하나?
하느님은 고통분담의 평등주의 정책을 즉각 시행하라. 시행하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온 세상 여성들을 모두 모두 불러모아 유모차 끌고 촛불시위 하겠노라.
촛불시위 소리에 겁을 먹은 하느님, 정승 며느리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온 세상 모든 남자들은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겪는 고통을 진통에서 출산까지 똑같이 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정승의 며느리가 만삭의 배를 양손으로 싸안고
"아이고! 나죽네!"
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방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을 때,
이와 동시에 정승댁 하인놈 멍쇠가 마당을 쓸던 빗자루를 내던지고
"아이고 나죽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마당 한가운데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후, 박첨지 며느리가 아기를 낳을 때 건너마을 송서방이 뒹굴었고, 훈장님 마누라가 아기를 낳던 날 절간에서 염불하던 스님이 뒹굴었다.
사태가 이쯤 돌아가자.
집에서 쫓겨난 여인들이 하느님께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남녀평등 필요없다!"
"원상복귀하라!"
"원상복귀하라!"
"원상복귀하라!"
"원상복귀 안하면 촛불시위 각오하라!
각오하라! 각오하라!"
그래서 아직도 산통은 여자들만 겪는 걸로 해논 상태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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