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상태바
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8.01.04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농속에 갇힌 목사(籠禁牧使)
옛날에 원주에 유명한 기생이 있어 원주로 부임하는 목사(牧使)들마다 기생의 수완에 몸이 녹아 업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
한때 이를 심히 못마땅해하는 중앙의 관리가 있었는데, 여자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자는 바보라고 무시하고 멸시하였다.
마침내 이 관리가 원주목사로 부임해 가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벼르고 있었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기 전에 이방이 그 기생을 불러 꾀를 묻자 기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사또를 몸뚱이 채로 옷장에 넣어 관아에 바치겠다" 고 큰 소리쳤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자 기생은 일부러 말을 원주관아 내에 풀어
화단과 마당 근처의 꽃과 화초를 다 뜯어먹게 만들었다.
화가 난 신임 원주목사가 말 주인을 데려오라고 하자 기생이 과부인 척 소복을 입고 나타났다.
목사의 추궁에 과부로 분장한 기생은 남편이 집에 없어 말의 관리가 소홀했음을 인정하면서 자못 설움에 복받친 듯 눈물을 찍어누르는 데 목사가 내려다보니 그 자태가 절색인지라 한눈에 반했지만 짐짓 아닌 척 하였다.
그리고 과부의 사정을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고 방면하였다.
며칠이 지나 과부로 분장한 기생이 은혜에 보답코자 한다는 명분으로 주안(酒案)을 갖추어 원주목사의 처소를 방문하자 목사는 과부와 밤늦도록 수작하다가 마침내 정을 통하였다.
이리하여 밤마다 몰래 정을 통하더니 하루는 여인이 목사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기를 청하였다.
마침내 목사는 남의 눈을 피해 밤중에 몰래 과부의 집에 들었다.
그리고 옷을 벗고 여인과 즐기는데 바깥에서 갑자기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지금까지 베풀어 준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용서치 않겠다며 화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니 놀란 목사는 피할 곳을 찾다가 창졸간에 여인의 장농 속으로 피했다.
방문을 성큼 열고 들어선 사내는 자신을 능욕한 여인을 벌주겠다며 그 증거로 장농을 들고 가 관아에서 죄를 묻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기생은 거짓으로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매달렸다.
그러나 사내가 강제로 옷장을 짊어지고 나가 원주 관아의 앞마당에 내려놓고 장문을 여니 장농 속에서 발가벗은 원주목사가 나오매 후일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강남까지 가려면(江南欲行)
시골에 사는 한 노파가 귀엽게 기른 외동딸을 혼인시키고, 첫날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랑 신부가 잠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얘기를 엿들으며 방안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들여놓은 술과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었다.
곧 신랑의 조종에 따라 딸이 호응을 하는 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그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감동에 젖어 가벼운 신음 소리도 내면서 어찌 할 줄을 몰라했다.
한참 그러다가 딸이 신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서방님! 너무 좋네요. 이런 감동이라면 곧바로 쉬지 않고 멀리 강남(江南)땅 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보 !  강남이 얼마나 먼데?
강남까지 쉬지 않고 가려면 배가 고파 어쩌려고?
아마 그 먼 강남까지 가려면 배가 많이 고플걸?"
딸은 신음 소리를 멈추고는 이렇게 받았다.
"서방님! 배고픈 것은 걱정 없습니다. 아주 좋은 수가 있으니까요.
우리 어머니에게 광주리에 밥을 담아 이고 뒤따라오시라고 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속삭이는 딸의 정감이 서린 목소리를 듣고 노파는 매우 흐뭇해했다.
이윽고 이튿날 아침 노파가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밥을 두 그릇 먹는 것이었다.
이를 본 딸이 놀라면서,
 "엄마 ! 왜 갑자기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어?
배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난 몰라 엄마!"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네가 신랑하고 누워서 쉬지 않고 강남까지 갈 때 말이다.
밥 광주리를 이고 뒤 따라가려면 힘에 부쳐 어찌 견디겠니?
그래서 미리 밥을 두 그릇씩 먹어 두는 것이란다.

-만금같은 귀중하신 몸으로 어떻게 (萬金貴重之身)
어느날 황해감사가 도내 지역을 순시하기 위해 어떤 산골의 읍촌(邑村)을 지나가고 있었다. 많은 백성들이 그 행차의 모습이 성대하고 장엄한 것을 보고서, "사또의 행차가 선관(仙官)처럼 보인다"하고 모두들 한 마디씩 하는데 그 중의 한 백성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신선같은 사또께서도 밤중에 부부 상합(相合)의 일을 하실까?"라고 묻자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이 정신나간 사람아! 사또처럼 만금같은 귀중하신 몸으로 어떻게 그런 음란스러운 일에 힘을 쓰시겠나? 아마 병방비장(兵房裨將) 쯤에게 대신 하라고 분부를 하실걸세"라고 눈을 부릅뜨고 나무라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