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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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11.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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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마음 속의 추억 (三者勝地)
옛날 두 재상이 우연히 만났는데 모두 일찍이 영남의 수령방백(守令方伯)을 지낸 일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진주 기생을 사랑하였으므로 진주의 촉석루가 승지강산(勝地江山)이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밀양 기생을 사랑하였으므로 진주의 영남루가 가장 좋다하여 서로가 자랑하며 우열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 한 낭관(郎官)이 이르러 두 재상의 말을 듣고는,
"영남루와 촉석루는 비록 승지다운 데가 있기는 하오나 제가 보니 모두 상주(尙州)의 송원(松院) 같지는 못하옵니다."
하였다.
두 재상이 놀라며 말하기를,
"송원으로 말하면 거친 언덕이 끊어져 후미진 사이에 있고, 논과 밭두렁 위에 있으니 먼 산과 넓은 들을 볼 수 없고, 대나무와 저녁 연기의 멋이 없을 것이니
올라가서 바라보아도 흥을 돋구기 어려울 것이다.
그대의 말이 이러하니 대체 어떤 별다른 이야기라도 있는가?"
하였다.
이에 낭관이 말하기를,
"소생이 남쪽에서 놀며 정을 상주 기생에게 주었다가 마침 돌아오는 길에 감히 헤어지지 못하고, 말을 함께 쫓아 서쪽으로 가서 송원에 도달하니 해는 이미 져서 어두워지고 찢어진 창 허물어진 집에서 베개를 나란히 하여 누워 운우지정(雲雨之情)은 깊어가기만 하는데, 가을비는 하늘에 뿌리고 미풍은 나뭇잎 사이에 불어와 온전히 잠들지를 못하였습니다.
그토록 좋은 밤이 쉽게 밝아 새벽이 되니 서로 이별할 때가 되어 끊어진 골짜기를 열 걸음에 아홉 번이나 뒤돌아보다가 고개를 넘은 후로 날이 가기를 이미 여러 달이 지났는데, 그 언덕 그 쓸쓸한 황야의 정경이 지금에 이르도록 새록새록 눈앞에 아롱거릴 따름입니다.
그러나 일찍이 소생이 구경하였던 촉석루와 영남루는 꿈에도 한번 나타나지 않으니 어찌 송원의 승경(勝景)을 촉석루나 영남루에 비교하겠사옵니까?"
하였다.
두 재상이 배꼽을 잡으며 말하기를,
"그러니 송원은 곧 그대 낭관의 승지강산이요, 촉석루와 영남루는 우리 두 사람의 승지강산이로다."
하며 탄식하였다 한다.


-'망아지아비'라는 별명만 얻다 (得駒父之名)
성천(成川)에 있는 어떤 관기(官妓)가 음탕함을 심히 즐기고 양물(陽物) 큰 것을 좋아하였다. 그런데 같은 고을 남산수(南山壽)라는 사람은 양물이 컸다.
그는 언제나 그 관기를 품어보려 하였으나 그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한 친구가 이를 알고 장난을 하려고 그에게 말하기를,
"내가 그대를 위하여 한 계책을 세웠는데 그녀가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때
내가 그대와 함께 그 앞을 지나가면서 그대를 보고 '망아지아비'라고 부를 테니
그대는 '왜 나를 보고 욕을 하느냐'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의 양물 크기가 말의 것과 같아 그런다.'고 하면 음탕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그대의 양물이 큰 것을 알고 꼭 욕심을 낼 것이다."
하자 남산수가 기뻐하면서
"그럼 그렇게 하자."
고 대답하였다.
어느 날 남산수가 그 친구와 함께 개울을 지나가는데 마침 그 관기가 빨래를 하고 있는지라 친구가 남산수를 보고 "망아지아비" 라고 부르자, 남산수가,
"왜 나에게 망아지아비라고 하느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가
"너는 항상 암놈의 말하고 간통을 하니 '망아지아비' 라고 부른다.“
고 대답하였다.
이에 관기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더러운 놈이다. 짐승과 간통을 하다니 인간이 아니다."
하니, 남산수는 마침내 그 뜻을 이루어 보지도 못하고 '망아지아비'라는 헛된 별명만 얻게 되었다고 한다.


-저걸 깔아뭉갤까 (美女轢戱)
어느 한 귀공자가 나그네가 되어 남방에 놀적에 동문수학하던 벗이 수령으로 있는 유명한 어느 고을에 당도한 즉, 홍분(紅粉 ; 기녀)이 만좌(滿座)한 가운데 진수(珍羞)가 그들먹하게 차려진 잔치상을 대접받게 되었다.
그러나 마침 그 날이 그 부친의 기일(忌日)인지라 굳이 사양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는데, 수청기생이 들어와 옆에 앉거늘 촛불아래서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이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귀공자가 속으로 은근히 생각하되,
"기일이고 무엇이고 저것을 깔아뭉갤까 ?"
"아니면 윤리에 어긋나니 그만두랴 ?"
하고 밤이 깊도록 생각하며 결정치 못하다가, 밤중에 드디어 이불 속으로 수청 기생을 끌어들여 양물(陽物)을 음호에 꽂았다가 곧 빼며 가만히 소근 거리되,
"오늘 이같이 일을 치르다가 그만두는 것은 선친(先親)의 기일 때문인데, 그대는 이 법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고 묻자,
기생이 옷을 떨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르되,
"도둑이 이미 집에 들어왔다가 물건을 훔치지 못하고 도망간다고 능히 도둑의 이름을 면할 수 있으리오" 
하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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