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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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11.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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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가난한 탓에 (家貧夫娶)

옛날에 어떤 의원(醫員)이 있었는데 평생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마을 소년들이 모여서 의논하기를,

"아무개 의원을 우리들 가운데서 누가 웃게 하면 크게 한 턱을 내기로 하자."

라고 하니,

"약속을 어기지 않겠지?"

하고 한 소년이 말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고 여러 소년들이 말하니 그 소년은 곧 비단 수건으로 왼손을 겹겹이 싸매고

친구 소년들과 함께 의원의 집으로 찾아 갔다.

의원이 단정히 앉아

"그대는 무슨 일로 왔는가?"

하고 묻자 소년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내환(內患)이 아무래도 중한 것 같아 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병세가 어떠한고?"

의원이 묻자,

"무어라고 형언할 수도 없는 내환(內患)이 제 몸에 있습니다."

소년의 이 말은 도통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괴이하게 생각한 의원이,

"내환(內患)이 그대의 몸에 있다니 그게 농(弄)으로 하는 말이 아닌가?"

하고 다시 물었다.

"어떻게 농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소년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왼손을 펴 겹겹이 싸맨 곳을 풀어 보이니

손바닥에 큰 종기가 있었다.

의원이 괴상히 여겨,

"손바닥의 종기가 무슨 내환(內患)이란 말인가?"

하고 묻자 소년은,

"제 집이 가난하여 아직도 장가를 들지 못해 음심(淫心)이 일 때마다 항상 왼손으로 손장난(手淫)을 하여 왔는데 이제 손바닥에 종기가 나서 손장난을 못하여

음심을 풀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게 어찌 내환(內患)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시치미를 떼고 말하니 의원이 그만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함께 따라 와서 이를 지켜본 여러 소년들 또한 크게 웃고 약속한대로 푸짐하게 한턱을 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하늘로 어머니는 땅속으로 (父昇天母入地)

어떤 부부가 대낮에 심심하기 그지없어 문득 그 생각이 났으나 곁에 7~8세 되는 아들과 딸이 있어서 낮에 그 아이들을 옆에 두고는 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가,

"너희들은 이 다래끼(물고기 바구니)를 가지고 앞개울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 오너라. 저녁에 끓여 먹도록 하자."

하니 아이들이 다래끼를 가지고 나오다가 서로 말하기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에게 다래끼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아 오라고 하시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를 속이고 맛있는 것을 잡수시려고 하는 것일지니 우리는 밖에서 엿보아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하고 창 밖에서 엿보았다. 이때 부부가 일을 시작하여 힌참 흥이 무르익자 남편이 아내에게 묻기를,

"어떻소?"

하니 아내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하고는

"당신은 어떤가요?"

하고 물었다. 이에 남편이

"하늘로 올라갈 것 같소."

하고는 방사(房事)를 마쳤다.

그때에 아이들이 빈 다래끼를 들고 들어오므로

"왜 고기를 잡지 않고 그냥 돌아오느냐?"

하고 묻자,

"아버지는 하늘로 올라가고 어머니는 땅속으로 들어가면 고기는 누구하고 함께 먹으려고 잡아요?"

하고 대답하더란다.

 

 

다 자란 줄 알았는데 (爲己長成)

묵재(默齋) 홍언필(洪彦弼)과 그 아들 인재(忍齋) 홍섬(洪暹) 부자(父子)가 다같이 정승 판서에 올라 영화를 누렸다.

아들 홍섬이 계집종들을 즐겨 상관하더니 하루는 여름밤에 여러 여종들이 흩어져 대청마루에서 자고 있을 때, 아내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나체 그대로 방을 나와서 여러 여종들 가운데를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자신과 늘 사통(私通)하여 오던 여종을 더듬어 찾는데, 그때 마침 그의 아버지 홍언필이 잠이 깨어 대청마루 쪽을 바라보다가 부인에게 말하기를,

"나는 섬(暹)이가 이미 장성한 줄 알았더니 이제야 비로소 엉금엉금 기는 방법을 배웠구려."

하고 탄식하였다.

아들 홍섬이 이 말을 듣고 놀라고 부끄러워 방안으로 달아났다.

대개 어린 아이가 서지 못하고 기어서 다니기 때문에 하는 말인데, 한때 이 이야기를 전하여 들은 사람들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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