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한 어선위치발신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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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한 어선위치발신장치
  • 탁희업
  • 승인 2017.10.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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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의 입출항 신고 자동화와 위치 확인을 위해 어업인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11년부터 4차례에 걸쳐 277억원을 들여 보급한 어선위치발신장치가 공급업체 폐쇄로 하자보수와 수리가 되지 않아 무용지물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8월 30일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4명의 선원이 숨진 홍게 통발어선 전복사고에서 출항 당시 입·출항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V-PASS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선위치발신장치는 해양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어선의 위치 및 긴급구조신호를 발신하는 장치로 어선법에서는 V-PASS외에도 협약에 따른 선박자동식별장치, 연안선박용 선박자동식별장치, 초단파대 무선설비(VHF), 중단파대 및 단파대 무선설비(MF/HF), 휴대전화장치, 위성통신장치, 주파수공용통신용 무선설비(TRS)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어업인들의 안전은 물론 불법 조업을 근절하는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선법 제5조의2(어선위치발신장치) 법령에 의거하여 올해 1월 1일부터는 모든어선은(내수면어업법에 따른 어선 및 내수면에서 시험조사지도단속에 종사하는 어선은 제외) 2017년 1월 1일부터 어선위치발신장치를 구비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의무화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 취지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V-PASS의 경우 보급을 담당한 해경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무상보급된 장치의 수리가 불가능하고 방수 기능이나 센서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특히 보급 초기 무동력선이나 내수면 어선들에까지 보급하려는 등 보급에만 주력했던 해경의 사업 능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로인해 장비 보급 가격만 폭등시켜 신규 구매 어업인들 부담도 가중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V-PASS외에 어선위치발신장치를 갖춘 연근해어선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기는 마찮가지다. 어선위치발신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고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업인 스스로 위험을 조래하는 것이다. 동해안의 공조조업처럼 불법 조업을 할 경우 대부분 장치를 꺼 둔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자세다. 어업인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위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속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경우 불법어업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동해어업관리단내 조업감시센터에서는 아프리카 수역에서 조업하는 우리 원양어선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국내 어선에 대한 감시시스템은 전무하다. 때문에 발신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꺼 두어도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정된 어선법은 어선위치발신장치의 내용을 불법어업 단속 근거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이후 이를 근거로 한 단속 실적은 거의 없다.


어업인 스스로 안전을 위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설치, 관리,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도 보급에 치중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숨기기 보다는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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