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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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10.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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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벼락부자가 되겠는데 (終至萬億兆)

옹기장수가 옹기 한 짐을 지고 나무 밑에 쉬며 눈을 지긋이 감고 암산(暗算)을 하면서,

"한 푼이 두 푼이 되고 두 푼이 네 푼이 되고, 일전이 이전이 되며, 한 짐이 두 짐되고 한 냥이 두 냥이 될 것이다. 두 냥이 넉 냥이 되어서 차차 배(倍)가 되어 마침내 만억조(萬億兆)에 달하게 되고, 재산이 이처럼 되면 장부(丈夫)가 처세하는데 어찌 아내가 없겠는가?

이렇게 한 후에 일처일첩(一妻一妾)은 대장부(大丈夫)의 상사(常事)이니, 처첩(妻妾)이 만약 서로 싸운다면 마땅히 이렇게 때려야 한다."

하고는 지게작대기로 그릇을 마구 때려부순 후에 눈을 뜨고 생각해보니 한 가지도 이루어진 것은 없고 옹기만 모두 깨어졌더라.

뿐만 아니라 지게까지 부서졌고, 다만 옆에 서푼짜리 조그마한 동이 한 개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주워 가지고 가다가 소나기를 만나자 대장간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면서

다시 암산하기를,

"이 서푼짜리 조그만 동이로 육푼을 받고, 육푼으로 그릇 두 개를 사서 일전 두푼을 받으면 차차 곱배기가 되어서 그 수를 셀 수 없게 되겠지."

하고 머리를 끄덕거리며 의기양양하는데 그것 또한 그만 대장간 화로벽에 부딪쳐 깨어지고 말았다 한다.

 

 

-미모와 재주를 겸한 처녀 (才貌無雙)

옛날 서울에 어떤 생원(生員)이 살았으나 나이 들도록 성공하지 못하여 집안이 가난하고 생활도 어려워 지방의 어떤 읍내에서 훈장(訓長)이 되었다.

4, 5년이 지나 훈장이 죽고 다만 그의 처와 나이 18세의 딸이 남아 가난하게 살았다.

이웃집 양반이 그 딸이 현명하고 아름다운 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정혼(定婚)을 하고 예(禮)를 거행코자 하였다. 그러나 이때 가까운 곳에 사는 읍내 이방(吏房)의 아들로서 관아에 통인(通人)으로 다니는 자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원댁으로 와서,

"이 댁 소저(小姐)는 여러 번 나와 통하였소. 지금 듣자하니 어떤 곳에 정혼을 하였다는데 나에게 몸을 허락해 놓고 그것이 되겠소이까?"

라고 말했다. 처녀의 어머니는 기절초풍하여 얼굴이 흙빛이 되어 딸에게,

"그것이 사실이더냐?"

하고 물었다. 딸은,

"이는 그놈이 저의 자태를 보고, 또한 우리 집이 가난하여 약한 것을 보고서

간계를 부리는 것이니 상대할 것이 못됩니다. 견디기보다 관가에 고하여 그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하더니 얼굴빛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관가에 가서 고발하였다.

사또는 해괴하게 생각하여 그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얼마동안 고심하다가 그 통인을 불러,

"네가 그 처자와 여러 번 상통(相通)하였다 하니 그 얼굴과 그 몸 모양을 반드시 알고 있을 것이다. 틀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하고 말하니 통인이 처녀의 용모에 대해서 일일이 고하였다.

사또가 통인을 물린 후 처녀를 불러들여 자세히 보니 과연 통인의 말이 조금도 틀린 데가 없었다. 이는 통인이 남몰래 사람을 시켜서 미리 그 자세한 것을 알아낸 때문이었다. 사또는 크게 놀라 할 말이 없어졌다.

처녀는 이미 통인의 간계로 인하여 사또의 판결이 어려워진 것을 알고,

"소녀의 왼쪽 유방 밑에 큰 밤만한 검은 점이 있고 그 점 위에 십여 개의 털이 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일이라, 만약 그가 소녀와 상통하였다 하면 반드시 알고 있을 것이오니 통인에게 이것을 하문하여 주옵소서."

하고 말하였다. 사또가 곧 통인을 불러들여,

"네가 처녀와 상통하였다 하니 남이 볼 수 없는 곳에 어떤 별다른 것이 없더냐?"

하고 물었다.

처녀가 사또에게 좌우의 사람을 피하게 하였을 때에 이미 남몰래 엿듣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자가 미리 통인에게 모든 것을 일러준 다음이라 통인은 거침없이,

"처녀의 왼쪽 유방 밑에는 하나의 검은 점이 있는데, 그 크기는 큰 밤만하고 털이 십여 개나 나 있습니다. 이를 증거로 삼아 주옵소서."

하고 대답하니 사또는 크게 놀랐다.

이에 처녀는 얼굴을 붉히고 옷을 벗어 유방을 내보이면서 말하였다.

"소녀에게는 본래부터 검은 점이 없는데,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저 간사한 사람이 틀림없이 사람을 시켜 사또께 아뢴 소녀의 말을 몰래 엿듣게 하여 판결을 어렵게 한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조금 전에 소녀의 용모에 대해서 소상하게 말한 것도 남을 시켜 먼저 정탐하여 교묘하게 고해바친 것이라 보여지옵니다."

사또는 크게 깨닫고 책상을 내려치며 통인을 엄하게 심문하자 통인은 그제야 할 수 없이 죄를 자백하였다.

사또는 처녀의 재능과 용모가 무상한 것을 가상히 여겨, 이미 정혼한 자리를 물렸다는 말을 듣고서 그의 둘째 아들과 혼인시켜 며느리를 삼았다고 한다.


-노인이 사리도 모르면서 (老人不可知事理)

어떤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으나 그 아기가 밤낮으로 잠을 자지 않고 울기만 하였다. 이때 며느리가 한 권의 책을 아기 앞에 펴놓자 시어머니가 이를 괴이하게 여겨그 이유를 물으니,

"이 아이의 아범은 평소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이 책을 펴들기만 하면 곧 잠이 들었습니다."

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그 아이 아범은 문장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기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하였는데, 책을 펴놓은 지 얼마 후에 과연 아기가 우연히 잠이 들었다.

그러자 며느리 왈,

"노인이 망녕이 들어 사리(事理저작권자 © 한국수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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