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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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9.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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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主賓)의 자리에 앉았다가 (獨在主賓席)
주(周)씨 성(姓)을 가진 노총각 아전이 있었던 바 그 모습이 훌륭하였다.
성묘(省墓)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촌가(村家)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마침 주인집에는 혼례(婚禮)를 치를 신부(新婦)가 있었다.
주씨는 혹시 남은 음식이라도 맛볼까 하여 사랑방 근처를 배회하고 있으려니까
과연 주인집에서 손님을 부르기에 주씨도 사랑방에 들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술을 주고 받다가 여러 손님들이 흩어져 가고, 한방에 있던 새 사위는 술에 만취가 되어 밖에 나가 방뇨(放尿)를 하다가 볏짚단위에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리니, 방에는 주씨 혼자만 남아 있게 되었다.
그러자 주인집 사람이 주씨를 신랑으로 잘못 알고 나오라 하더니 촛불을 든 자가 신부방 앞의 휘장을 걷어 올리고, 예(禮)를 맡은 자는 주씨를 인도하니 주씨는 마침내 방으로 들어가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주씨는 화촉(華燭)아래 신랑이 된 기분이 즐겁기만 하였다.
새벽이 되어 신랑이 취했던 술이 깨어 일어나 신부방에 들어가려고 하나, 문이 굳게 닫힌 채 고요하고 인적이 없는지라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나는 신랑이다!"
하자 안에서,
"사위는 벌써 가례(家禮)를 마쳤는데 어떤 미친놈이 그런 말을 하느냐?"
하고 대답하였다.
신랑이 크게 노하여 수행하여 온 친척들과 함께 한참 떠들고 다툰 끝에 밖에 있는 사람이 진짜 사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 노인은 크게 당황하여 주씨에게,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오?"
하고 물었다.
"엊저녁에 투숙한 나그네입니다."
라고 주씨가 대답하자,
"무엇 때문에 우리 가문을 어지럽혔느냐?"
하고 다시 주인 노인이 다시 물었다.
"장례자(掌禮者)가 인도하였기 때문입니다."
주씨의 이 말에 주인 노인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주씨를 내치고 새 사위를 들이려고 하자, 주씨가 조용히 의관(衣冠)을 갖추고 뜰아래로 나와 절을 하면서,
"바라건대 한마디 말씀드리고 나가겠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여인의 길은 한번 허락하면 종신토록 고치지 않는다 하며, 한번 그 절개를 잃으면 아내됨을 부끄러워한다 하는데, 부모로서 진실로 딸의 절개가 온전하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이지러진 것을 원하십니까?
노인장의 따님은 저에게 정절을 바쳤습니다. 재삼 생각하여 주십시오." 하니
주인 노인은 한참 중얼거리며 생각을 하다가,
"이미 도적의 술책에 빠졌으니 이걸 어찌 하겠는가?" 하였다.
그리하여 장인과 사위의 관계가 새로 정하여졌다.
그 후 주씨는 그 문호(門戶)를 크게 세우고 자손들이 번창했다 한다.

 

-나 또 방귀를 뀌었는데 (吾又放氣)
어느 한 사령(使令)이 전립(戰笠)을 쓰고 활보하면서 걷다가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여인이 과히 밉지 않게 생긴 것을 보고 갑자기 음욕(淫慾)이 생기던 차, 마침 그 여인이 방귀를 뀌므로, "어찌 함부로 방귀를 귀느냐?" 하니 김을 매고 있던 여인이 흘겨보며,
"보리밥을 먹고 종일 김을 매는 사람이 어찌 방귀를 뀌지 않겠소?"
라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사령이 눈을 부릅뜨고 무섭게 나무라기를,
"방귀를 함부로 뀌는 여인을 잡아들이라는 관가로부터의 분부가 있었다."
하고는 여인을 끌어당겼다.
여인은 겁을 먹고 기세가 꺾여 여러 말로 애걸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방귀를 뀐 여자가 있을 것이니 나를 버려두고 다른 사람을 잡아가면 그 은혜가 클 것입니다."
하고 통사정을 하였다. 그러자 사령이,
"내 그대의 청을 들어줄 것이니 그대도 또한 내 청을 들어주겠는가? 그렇지 못하면 잡아간다."
고 하니 여인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사령이 그 대답에 여인을 밭가의 후미진 곳에 데리고 가서 곧 행방(行房)을 마친 다음 여인에게,
"또 다시 방귀를 함부로 뀌면 용서 없다."
하였으나 여인은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사령이 몸을 일으켜 길가로 올라서자 여인은 밭가운데 서서 멀리 사라져 가는
사령을 보고 있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사령을 불렀다.
사령이 돌아보며,
"왜 부르는가?"
하고 물으니 여인이,
"내 또 방귀를 뀌었소!"
하였다. 그러자 사령이 팔소매를 흔들면서,
"네가 방귀를 뀐 것이 아니라 똥을 싼 게 아니냐?"
하고는 급히 가버렸다 한다.

--모자라면..추가

-말이 울지 않았다고 아들들이 축하하다 (子慶馬不鳴)
어떤 서생(書生) 형제가 각자 사랑하는 기생이 따로 있었는데 항상 부친이 엄하게 기생집 출입을 금하였다.
아들들은 틈만 나면 몰래 자기가 사랑하는 기생에게 가고자 하였으나 말안장을 채울 때마다 말이 크게 울어댔으므로 부친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감히 출타를 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형제가 저녁에 말에 안장을 채우니 다행스럽게도 말이 아무 소리고 내지 않는지라 말을 타고 기생에게로 갔다.
부친이 다음날 새벽 바깥채에 나와 보니 두 아들이 모두 없는지라, 아들 방에 들어가 누워서 엿보니, 두 아들이 들어와서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던 탓에 방안이 어두워 부친이 방에 있는 사실을 미쳐 알아채지 못하고 신이 나서 서로 축하하였다.
"오늘은 우리가 운수대통했지. 하늘은 비를 내리지 않았고 말도 울지 않았으며 부친께서도 알아채지 못하셨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부친이 그 말에 화답하여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이 읊은 글귀가 무슨 말이냐?
다시 외워봐라. 내 자세히 들어보겠다."
두 아들은 부끄럽고 두려워하며 방금 서로 축하한 말을 다시 애써 외웠는데, 부친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종일토록 큰 소리로 외우라고 명하였다.
이에 두 아들이 외우는 소리를 창밖을 오고가며 엿듣는 자들은 모두 배를 움켜쥐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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