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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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9.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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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에서 떨어져 시집을 가다 (落梯成婚)

양주(楊州) 땅에 최씨의 세 딸이 살았다. 그들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오라비인 최생(崔生)에게 의지하고 있었는데, 최생은 재물에 인색하여 그의 누이동생들을 시집보냄을 주저하는 사이에 맏이는 25세, 둘째는 22세, 막내는 19세로 꽃다운 나이에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슬퍼하고 있었다.

마침 봄날을 맞아 세 처녀는 집 뒤의 동산에 올라 놀았는데 맏이가 두 동생에게 말하였다.

"동산(東山)이 적막한데 아무도 없으니 우리 태수(太守)놀이나 하고 놀까?"

마침내 맏이는 태수를 자칭하고 근처에 있는 부서진 사닥다리 위에 걸터앉더니,

둘째는 형리(刑吏)에 명하고 막내는 그녀들의 오라비인 최생으로 삼았다.

태수의 역을 맡은 맏이는 막내의 머리를 끌어 앞에 꿇어앉히더니 죄과를 낱낱이 들추어내며 말했다.

"너의 세 누이동생들은 이미 부모를 여의고 너를 아버지처럼 믿고 있는데, 혼례를 치를 나이가 지났어도 시집을 보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고?

가산도 제법 넉넉하고 전답도 많은데다, 하물며 너의 누이동생들은 모두 다 재색을 겸비하여 이웃과 마을에서 칭송을 받고 있지 않은고?

막내의 나이가 이미 19세이니 맏이와 둘째는 알만하다.

어찌 이처럼 잔인하게 세 누이동생으로 하여금 빈 규방에서 헛되이 늙어가게 한단 말이냐?

너의 죄는 태형을 받아야 마땅하도다. 속히 잡아 매를 쳐라."

최생의 역을 맡은 막내가 재삼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난리를 겪은 후 가산이 탕진되어 혼수를 마련하기 어려운지라 선비의 집안을 택하고자 하여도 한 집도 혼인을 허락하지 않사옵니다.

소생이 혼인을 시키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옵니다."

다시 태수의 역을 맡은 맏이가 말하였다.

"너의 말은 거짓이다. 난리를 겪은 후 가산이 탕진되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난리를 겪은 자들은 모두가 혼사를 폐한단 말이냐?

혼사가 이루어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핑계를 댄다면 딸을 둔 자는 모두 헛되이 늙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냐?

너의 집이 망했다면 혼수는 집안 사정에 맞도록 갖출 것이며, 또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저 건너 마을에 김생의 아들이 적합하지 않으냐?"

이때 관아에서 매(鷹)를 관리하는 통인(通人)이 매를 쫓으며 동산의 세 처녀들 근처에 이르렀다가 처녀들이 하는 연극을 보고는 그만 소리를 내어 웃고 말았다.

 

세 처녀는 크게 놀라 달아나 흩어지려다가 맏이가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발을 삐고 말았다.

통인이 관아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한 나그네를 만나니 나그네가 물었다.

"이 고을 관아의 관인이시오?"

"그렇습니다만."

"나는 태수님의 집안 조카뻘 되는 친척으로서 이 고을 태수님을 찾아왔는데 계시는가요?"

"계시기는 계시는데 오늘 발을 헛디디어 낙상을 하신지라 관아에서 조리중이십니다."

나그네가 관아에 들어가니 태수가 관아에 앉아 있는지라 나그네가 태수에게 물었다.

"어르신께서 낙상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무리하게 일을 돌보고 계시는군요."

"낙상한 일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가?"

"길에서 관아의 통인을 만났는데 안부를 물으니 그리 대답하던데요."

태수는 괴이하게 여기고 통인을 불러들여 연유를 물으니 통인은 세 처녀에 관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고하며 말했다.

"태수라고 지칭한 맏이가 사다리에 걸터앉아 있다가 소인의 웃음소리에 낙상한지라 나그네를 만나 그렇게 말했습니다. 농으로 대답한 것일 뿐입니다."

태수는 객과 더불어 박장대소(拍掌大笑)하더니 즉시 최생을 잡아오게 하여 문초하였다.

"너는 세 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혼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보내지 아니했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는 마침내 매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최생이 태수에게 고하는 말이 통인에게서 전해들은 막내가 한 말과 한결 같은지라, 태수 또한 맏이가 했던 말과 같은 말을 차례대로 말하며 최생을 꾸짖었다.

그리고는 꾸짖는 말끝에,

"저 건너 마을에 사는 김생의 아들이 맏이의 배필로 적합하지 않은고?" 하였다

그제야 최생은 태수의 말에 따르기로 하여 그날로 김생을 불러 택일하고 혼수를 보내게 하여 맏이의 혼례를 치르게 하니, 맏이는 과년한 나이인 25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남녀상합(男女相合)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맛보게 되었더라 한다.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詐叔母取墨)

조선에서 먹의 생산지가 한두 곳이 아니지만 황해도(黃海道) 해주(海州)의 수양매월(首陽梅月)을 최상품으로 꼽았다.

어떤 사람이 황해감사로 제수되어 나갔다가 임기를 마치고 판서로 승차하여 돌아오니, 그의 조카들 중에서 숙부가 지니고 있는 수양매월 먹을 탐내는 자가 있었다.

조카는 판서인 숙부에게 먹을 몇 개 나누어 주기를 청하였으나 판서는 없다고 거절하니 유감을 가졌다.

어느 날 조카는 숙부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숙모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숙부님께서 황해감사로 계셨을 때 두 기녀와 가까이 지내며 질탕하게 노셨다 합니다. 기녀의 이름이 한 명은 수양(首陽)이라 하고 다른 한 명은 매월(梅月)이랍니다.

숙부님께서 한양으로 돌아오실 때 그 정을 잊지 못하여 두 기녀의 이름을 먹에 새겨 함 하나에 가득 넣어 오셨답니다.

숙모님, 숙부님께서 가져오신 함을 열고 한 번 살펴보십시오."

숙모가 즉시 함을 열어보니 함에 가득한 것이 모두 수양(首陽)과 매월(梅月)의

이름이 새겨진 먹이었다.

숙모는 노기가 충천하여 함을 들어 마당에 내던지니, <span style="font-family: 함초롬돋움 확장; background: #ffffff; letter-spacing: -0.5pt; color: #282828; mso-f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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