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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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7.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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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참 (詩讖 :무심(無心)히 지은 자기(自己)의 시가 우연(偶然)히 뒷일과 꼭 맞는 일)

어떤 사람이 여덟 살 난 아들에게 글공부를 시키면서, 항상 열심히 하지 않고 노는 것 같아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들에 대해 뭐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늘 속이 편치 않았다.
하루는 멀리 있는 친구가 초청을 해서 갔더니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술상을 대접하면서, 역시 여덟 살인 아들 자랑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들을 불러 시를 지어보라고 하니,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烽火疎星落(봉화소성락)
鐘聲老龍吟(종성노용음)
봉홧불 오르니 엉성한 별들은 떨어지고
종소리 울리니 늙은 용이 읊조리는 것 같도다.

이에 친구는 자기 아들이 천재와 같은 재능을 가졌다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다.
그러자 이 사람은 마음이 상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아들을 불러 오늘 친구의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그 아이가 어떤 시를 지었는데요?"
그리하여 이 사람은 그 시를 들려주고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그렇게 훌륭한 시를 못 짓는 것 같아 걱정이란다." 하면서 평소 아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불만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버지 이것은 매우 불길한 시입니다. '엉성한 별이 떨어진다(疎星落)'고 한 구절은 그 아이가 얼마 있지 않아 죽을 징조이고,
'늙은 용이 읊조린다(老龍吟)' 란 구절은  그 아이의 부친이 통곡할 징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길한 징조를 가진 시가 아닐는지요?"
이 말을 들은 이 사람은 깜짝 놀랐다.
평소 시도 지을 줄 모르는 것으로 알았던 자기 아들이 이러한 풀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곧 이 사람은 아들을 보고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시를 짓겠느냐고 묻자,
아들은 다음과 같이 고치면 좋다고 했다.

烽火千里信(봉화천리신)
鐘聲萬人定(종성만인정)

봉홧불은 천리 밖에까지 신호가 미치고
종소리는 만인을 안정시키도다.

그리하여 이 사람은 그제서야 자신의 아들이 대단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크게 칭찬하였다.
한편, 친구의 아들은 과연 얼마 있지 않아 죽었고 친구는 그 슬픔에 오랫동안 통곡했다하니, 아들의 시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하더라.


-늙은 신랑 어린 신부 (老郞幼婦)
옛날에 한 노인이 아내가 죽고나자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나이 72세인데도 돈을 많이 주고 16세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다.
첫날밤 노인이 어린 신부를 대하자, 여러 가지 감회가 머리를 스치는 것이었다.
비록 늙었어도 갓 피어난 꽃처럼 어린 소녀를 보니 뜨거운 힘과 정열이 솟아
춘정이 새롭기에, 그 정경을 시로써 다음과 같이 나타내었다.

二八佳人八九郞(이팔가인팔구랑)
蕭蕭白髮對紅粧(소소백발대홍장)
忽然一夜春風起(홀연일야춘풍기)
吹送梨花壓海棠(취송이화압해당)

이팔 청춘 신부에 72세 신랑
쑥대 같은 백발로 아름다운 얼굴 대하도다.
갑자기 하룻밤에 봄바람 일어나서
배꽃을 불어와 해당화를 누르도다.

이와 같이 아름답게 읊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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