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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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6.0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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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의 명석한 처치 (官長明判)
어느 시골에 한 과부가 혼자 어렵게 살면서 떡 장사를 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그 날 팔 떡을 시루에 쪄서 솥 위에 올려놓고는, 잠시 방으로 들어가 쉬는 동안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과부가 밖으로 나가보니, 떡시루는 간 곳이 없고 빈 솥만 덜렁 놓여 있었다.
"그래, 필시 그 놈들의 소행이 분명하렸다."
과부의 머리에는 한 무리를 이루어 놀면서, 남의 집 개나 닭을 몰래 훔쳐 잡아먹기도 하며말썽을 일삼는 젊은이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부는 이 젊은이들을 떡 도둑으로 관아에 고발했다.
과부의 고발을 접수한 관장은 사령들을 불러서 분부했다.
"너희들은 지금 속히 가서, 방안에 모여 노는 젊은이들을 한 사람도 놓치지 말고
모두 붙잡아 대령할지어다."
그리하여 마침내 젊은이들이 잡혀 오자, 관장은 과부가 혼자 가난하게 떡을 팔아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불쌍한 과부의 떡을 어찌 훔쳐 먹을 수 있느냐며 호통을 쳤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떡을 훔쳐 먹은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떼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젊은이들을 내려다보며 살피던 관장은 사령들을 불러 분부했다.
"사령들은 들어라! 냉수를 떠다가 저 젊은이들에게 물을 머금고 입안을 가시게 한 뒤, 그 물을 도로 뱉게 하라."
이에 사령들이 젊은이들에게 한 사람씩 물을 머금게 하여 뱉게 하니, 모두 다 치아 사이에 끼어 있던 떡고물이 함께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본 관장은 크게 젊은이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은 입안에서 나온 떡고물을 보고서도 계속 아니라고 우길 것이냐?"
하고 호통을 치면서 곤장을 치게 하니, 그제서야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임을 자복했다. 곧 관장은 이들을 구금하고 떡값을 물어내게 했다.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관장의 현명한 판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다.

 



혼자 먹은 보복 (報獨呑嫌)
옛날 한 선비가 매우 가난하여 말과 종이 없었다. 그래서 친척이나 친구 집 잔치에 초청되면 항상 걸어서 갔으니, 말을 타고 갔을 때 챙겨야 하는 예절을 몰랐다. 한번은 좀 멀리 떨어진 친척집에 잔치가 있어 가야 했는데, 길이 멀고 중간에 제법 큰 시내도 건너야 했으므로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사는 친구가 왔기에 이야기를 하면서, 내일 좀 먼 데 사는 친척집 잔치에 가야 하는데 날씨가 좋을라나 하고 걱정을 했다.
그랬더니 듣고 있던 친구가,
"아,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게나. 내 타는 말을 빌려 줌세.
내일 일찍 종을 시켜 말을 몰고 자네 집으로 보낼 테니, 그걸 타고 갔다 오게."
하고 자진하여 말을 보내주겠다고 나섰다.
이튿날 아침 친구는 약속한 대로 말을 보내니, 선비는 그 말을 타고 친척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얼마 후 음식상이 나왔는데, 이 선비는 먼 길을 와서 출출한 데다 본래 식성이 좋아 차려진 음식을 혼자 다 먹어 치웠다.
본래 말을 타고 종과 함께 잔치에 참석했을 때는 음식상을 받아 반만 먹고 나머지는 종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항상 혼자 다니던 선비였는지라 그러한 예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음식을 남겨 주려니 하고 기다리던 종은 점심을 쫄쫄 굶었다.
종에게는 따로 상을 차려 주지 않고 주인이 남기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주인이 주지 않으면 종은 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종은 배가 고파 화가 많이 났다. 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 내를 건너는 지점까지 오자 종은 선비를 한번 골탕먹이려 작정하고, 냇가에서 잠시 쉬는 동안 말의 배띠를 슬그머니 풀어 놓았다. 이것은 안장이 말등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말의 배에 동여매는 띠인데, 이것을 풀어 놓으면 타고 갈 때 안장이 저절로 미끄러져 사람도 함께 땅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종은 선비가 말에 오를 때 안장을 단단히 잡아 주고, 냇물로 들어갈 때에도 말을 천천히 몰아 안장이 흔들리지 않게 조심했다.
그러나 중간쯤 왔을 때, 말고삐를 잡아당기면서 채찍으로 힘껏 말 엉덩이를 내리쳤다. 그러자 말이 갑자기 힘껏 뛰면서 내닫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선비는 안장과 함께 말 뒤로 미끄러져 물속으로 떨어졌고, 말은 저만큼 멀리 달아나 버렸다
별안간 말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선비가 놀라 엉금엉금 기면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니, 종은 안장을 챙기면서 내뱉듯이 말했다.
"잔치집에서 음식은 나는 듯이 먹어 치우더니, 물속에서는 어찌하여 나는 듯이 일어서지 못하는지요?"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종의 행동에 대해 통분해 하면서도, 사람은 각자 제 분수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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