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을 먹는 어미고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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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먹는 어미고래 이야기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5.1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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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 전 완도군보건의료원장·외과전문의 
 

한자 ‘바다 해(海)’는 ‘어미니 모(母)’를 포함하고 있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과 음을 나타내는 每(매→해)가 합하여 이루어진 형성문자로 每(매)는 母(모)와 같아서 애를 낳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 1912년 울산 장생포에 와서 귀신고래를 연구한 Andrews의 논문 속에 있는 기록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현재 전 세계의 귀신고래 학자들도 귀신고래가 미역을 먹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 학자들도 고래는 미역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앤드류스는 분명히 고래뱃속을 보니 미역(kelp)이 들어 있더라고 명확히 적었다.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본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는 얘기는 ‘초학기’(初學記)라는 문헌에서 기술돼 있다.

고 문헌에 바다 속에서 출산하는 어미고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당나라 때 서견이 지은 ‘초학기’에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한 조선 헌종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산부계곽변증설’에는 “어떤 사람이 헤엄치다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혀 배 속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 미역이 가득 붙어 있었으며 악혈이 모두 물로 변해 있었다. 고래 배 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미역이 산후 조리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 학자들의 고래관찰이 앤드류스보다 100년 이상 앞서 우리는 고래가 미역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구대암각화의 고래그림이 가장 앞선 고래잡이에 대한 그림이듯이, 그런데 우리는 고래관찰에 머무르지 않고 고래의 섭생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 슬기로운 민족이었다.

앤드류스는 단순하게 고래 뱃속에 미역이 녹아 젤라틴이 돼 있었다 정도였지만, 우리는 그 녹은 젤라틴을 보고, “악혈이 녹아서 물이 됐다는 사실과 산모의 보치에 좋다”라는 임상학적 진단까지 말해주고 있다.

미역(생것, 말린 것)에는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데, 가식부 100g에는 칼슘 920mg, 철 7.60mg, 엽산 1058ug과 다량의 요오드가 함유돼 있다. 또한 헤파린과 구조가 유사한 ‘후코이단(fucoidan)’이 0.3~0.5% 포함돼 있다.

산모들은 출산 후 대부분 미역국을 먹는다. 출산 후 먹는 미역의 효능으로는 지혈과 청혈, 빈혈예방, 자궁수축, 대사율 증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효능을 성분별로 보면 칼슘은 지혈과 근육수축의 생리학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풍부한 철분과 엽산은 빈혈을 예방하고, 요오드는 높은 대사율이 요구되는 산후조리 시기에 대사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후코이단은 혈액을 굳지 않게 하여 피를 맑게 하는 혈전방지와 청혈효과가 있다.

물론 해조류를 통한 요오드의 과량 섭취는 갑상선기능항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산모들이 산후조리를 위해 먹는 미역국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바다 속 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은 건 세상 밖으로 나온 새끼를 위해 빨리 몸을 회복하려는 어미고래의 몸짓이 아니었을까? 그 고래처럼 출산 후 미역을 먹었던 엄마들도 세상에 나온 아이를 위해 빨리 몸을 회복하려는 세상 밖에서 하는 아이에 대한 첫 번째 첫 번째 사랑이 아니었을까? 올해 5월에는 첫 번째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부모님께 미역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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