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유)경진수산
상태바
현장 탐방-(유)경진수산
  • 안현선
  • 승인 2017.04.26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조개에 ‘가치’라는 옷을 입힙니다

김명식 전 진해수협 조합장, 통조림 제품 개발로
고부가가치화 성공… 판매에 새로운 활로도 모색
‘비빔피조개’ 등 우리 입맛에 맞춘 제품 완성단계
아임홈쇼핑·대형마트 등 통해 소비자에 선뵐 계획

경남 진해만의 보물로 불리는 피조개는 한때 고급 조개로 일본에 전량 수출되면서 국내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1980년대부터 양식업이 발전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종묘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또다시 일반인들의 밥상에 오르기 어려워졌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생존율을 끌어올렸지만 이번엔 피조개를 좋아하는 일본세대가 노령화되고 젊은이들의 입맛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밥재료가 다양해지고, 북한·러시아·중국 등과 경쟁하면서 일본 수출이 줄었다. 결국 ‘귀한 조개’ 피조개는 내수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최근엔 누구나 쉽게, 싸게 맛볼 수 있는 조개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생산량은 많아졌으나, 이를 소비할 판로가 없어 어업인들의 소득은 물론 명성을 자랑하던 피조개 값어치 또한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피조개도 가공식품으로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즈음 김명식 전 진해수협 조합장의 소식이 들려왔다.
진해수협 조합장이 아닌 (유)경진수산 대표이사 직함으로 만난 김명식 대표는 최근 피조개 통조림 개발에 나서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조만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본인의 업(業)에 대한 열정만큼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피조개와 함께 한 인생사 ‘눈길’
김 대표는 지난 1985년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되면서 피조개 양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진해만 일대는 피조개 황금어장이었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톡톡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피조개 호황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산업화 우선정책에 밀려 1995년부터 이곳이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으로 지정되면서 피조개 양식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종묘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어업인들은 근심에 쌓였다.
이에 김 대표는 동료 어업인들과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중국 피조개 종묘배양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든 동료들이 중간에 포기했지만 그는 달랐다. 끝까지 피조개 인공종묘 생산에 뛰어든 결과 우량 종패로부터 종묘배양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진해수협 조합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피조개를 전략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김 대표의 추진력은 남달랐다. 수협 관계자는 물론 어업인들조차 반대가 많았던 직판장을 진해수협 내에 개장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흑자로 전환시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김 대표는 피조개를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토록하기 위해 국회위원을 초청하는 시식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에 참가하는 등 피조개 판촉활동에도 열심히 뛰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피조개 가공품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피조개 통조림 완제품 개발 눈앞
김 대표는 “피조개 가공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 처음엔 직접 가공공장을 세우려고 했지만, 초기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OEM(주문자상표부착제작)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제품은 거의 완성단계지만 소비자에게 완벽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지금도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진수산이 피조개 제품 생산을 일임한 곳은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일수산(주)이다. 대일수산은 굴, 홍합, 바지락 등의 통조림과 냉동품, 건조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통조림 가공업체에 속한다. 이곳은 원물부터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은 물론 SQF(Safe Quality Food) 인증을 도입해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품을 생산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가 대일수산과 함께 개발에 나선 제품은 ‘피조개 보일드 통조림’과 ‘비빔피조개 통조림’ 등이다. 보일드 통조림은 피조개를 자숙해 약간의 간을 가미한 것으로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며, 비빔피조개 통조림은 밥과 함께 비벼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특히 비빔피조개에 가미된 양념은 경진수산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매콤한 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도록 만들어져 김 대표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제품이기도 하다.   
경진수산 피조개 가공품은 조만간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오는 6월경 아임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마트 등을 통해서도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추후엔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해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수산물 판로 확대에 적극 나서야
김 대표는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에도 돌입했다. 최근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제품 샘플을 보내고, 해외 식품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판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판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정부에선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현장에선 가공업체들이 판로가 없어 물건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소비지를 중심으로 수산물 직판장을 건립하는 방안 등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비지를 중심으로 수산물 직판장이 만들어지면 어업인들의 소득은 물론 소비자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가공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도 안정적인 판로가 만들어져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는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소포장, 고차가공품 개발 등 유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수산업도 그에 발맞춘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정부와 수협 등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피조개 효능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피조개는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 좋으며 타우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 억제와 간 해독능력이 뛰어난 강장식품”이라며 “더 많은 국민들이 국내산 피조개를 접하고 맛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