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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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3.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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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가죽과 발은 관아에 바치라 (頭皮足納官)
옛날 한 고을에 관장이 새로 부임해 왔는데, 매우 우둔하고 사리분별이 밝지 못했다. 하루는 아전이 백성의 소장을 들고 들어와, "아뢰옵니다, 한 백성이 다리가 부러졌다는 호소이옵니다"하고 아뢰니, 관장은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음, 그래. 좋은 곳에다 묻어 장례를 지내도록 처결하라."
이날 밤 관장이 안으로 들어가니, 그의 아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
"영감, 오늘은 어떤 공사를 처리했는지요?"
"오늘은 다리가 부러진 사람의 소장이 들어와 잘 처리했소이다."
"그래요? 어떤 조치를 내리셨는지요?"
"응, 좋은 땅에 묻어 장례를 지내라는 판결을 내렸소."
이 말을 들은 부인은 남편이 또다시 실수를 할까 걱정되어, 비슷한 사건을 예로 들어가며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영감, 다리가 부러진 소장은 소가 죽어서 호소해 오는 경우와 유사한 점이 있답니다. 뒷날 백성이 소가 죽었다는 소장을 제출하거든, '머리와 가죽과 발은 관아에 바치고, 나머지 살코기는 나누어 먹을지어다'라고 판결을 내리소서."
"음, 내 잘 알았소. 그렇게 판결하리다."
며칠이 지났다. 관아에서 일을 보는 아전 하나가 친상을 당하여 휴가를 얻기 위해 관장에게 고했다. 그러자 관장은, "그 머리와 가죽은 관아에 바치고, 남은 고길랑 나누어 먹으라고 처결할지어다"하고 크게 외치며 수염을 쓰다듬으니, 주위에서 듣고 있던 아전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더라.
 
 
-거짓으로 져 준 내기 장기 (佯輸納奴)
옛날에 서울에 사는 한 재상이 장기를 잘 두어 감히 적수가 될 사람이 없었다.
날마다 내기 장기를 두어 얻은 재물 또한 적지 않았으며, 세상에서 자기보다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이러던 중 영남에서 올라왔다는 젊은 선비 한 사람이 찾아와서 인사를 올리는 것이었다.
"소생은 장기를 잘 두어 시골에 살면서 장기 병에 들렸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금번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서 풍문에 들으니, 대감께서 장기 수가 매우 높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이 참에 소생과 한판 두시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오! 젊은이, 좋구려. 그런데 장기는 재물을 걸고 두는 내기 장기라야 재미가 있지 않겠나?"
"예, 대감. 소생도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그러나 소생은 먼 시골에서 올라온 선비로서 가진 재물이 없으니, 소생이 지면 타고 온 말과 종을 모두 대감께 드리고, 만약 대감께서 지시면 거기에 합당하는 재물을 알아서 소인에게 주시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는지요?"
"응!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구먼. 아주 좋은 생각이야"이러고 두 사람은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 판을 겨루어 두 판을 재상이 이겼다. 이에 선비는 크게 절을 하고서, "대감의 높은 수에는 당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종과 말을 남긴 채 떠나갔다.
재상이 말을 보니 매우 건장하고 좋아 기뻐하면서 집안 사람들에게 잘 먹이라 당부하고, 말을 몰고 온 종에게도 특별히 잘 해주라고 이르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10여 일이 지나자, 선비가 다시 나타나 인사를 올리고 아뢰었다.
"소생이 이번 과거에 낙방하고 내려가면서 대감께 작별 인사라도 드리고 가려고 찾아왔습니다. 이 참에 다시 한 번 소생과 장기를 두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내기 장기를 두어 대감이 지시면 소생의 말과 종을 돌려주시고, 소생이 지면 시골에 있는 5일 갈이 전답 문서를 가져와 즉시 바치겠사옵니다."
이에 재상은 기뻐하면서 허락하고 장기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 판을 두어 내리 세 판을 재상이 지고 말았다.
그러자 크게 놀란 재상은 한탄을 하면서 선비의 손을 잡고 물었다.
"참으로 모를 일일세. 그 짧은 동안 어디서 수를 배워 이렇게 늘었을꼬? 그것 참 기이하고 신통하구려."
"대감! 그게 아니옵니다. 소생의 장기 수준은 그야말로 고수입니다.
애초부터 대감의 실력으로는 차 포(車包)를 더해야 소생에게 미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골의 가난한 선비로서 서울에 와보니 종과 말을 맡길 곳이 없어, 일부러 져드리고 저들을 맡아 주시도록 속인 것이옵니다.
이제 장기에 지셨으니 종과 말을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재상은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집안사람들에게 말과 종을 선비에게 돌려주라고 이르는 것이었다.
선비는 절을 올리면서, 이들을 잘 먹여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떠나갔다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깊은 생각에 잠기더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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