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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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3.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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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함' 할 때가 가장 좋아요 (阿咸最好)
개성(開城)과 금천(金川) 사이에는 뾰족하게 솟은 산이 하나 있다.
이 산은 매우 높았는데, 그 산 아래에는 부자로 사는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에게는 딸이 하나 있어, 힘이 세고 건장한 젊은이를 골라 사위로 삼기 위해 다음과 같은 소문을 널리 퍼뜨렸다.
"팥 한 섬(한 말의 열 갑절) 위에 내가 앉아 있을 테니, 그 팥을 그대로 등에 지고 저 산꼭대기까지 `아함' 하고 힘들어서 내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는 힘센 사람이 있으면 내 사위로 삼겠노라."
이에 힘깨나 쓴다는 총각들이 모두 와서 도전해 보았지만, 하나같이 산꼭대기 조금 못 미친 약간 평평한 곳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아함, 힘들어!'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모두 그 지점에 이르러 실격을 당하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때 매우 힘센 젊은이가 이 산꼭대기까지 혼자 걸어서 사전 답사를 해보고는 나름대로 계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노인에게 와서 자신이 한번 시험해 보겠다고 제의하니, 노인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팥이 가득 든 섬 위에 올라앉는 것이다.
젊은이는 노인이 앉아 있는 팥 섬을 등에 지고 거뜬히 산을 올랐다.
그리고 앞서 총각들이 모두 힘들어 '아함' 하고 소리를 냈던 그 지점에 이르렀다.
땀도 흐르고 숨도 차서 '아함' 하고 기합 한번 넣으면서 다시 힘을 가다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니 앞서 도전했던 총각들도 모두 여기에서 실격을 당한 것이었다.
이에 젊은이는 자신이 꾸민 계책에 따라 노인을 불렀다.
"어르신, 여기에서 모두들 힘이 들어 이렇게 '아아함' 하면서 숨이 차 소리를 질렀습니까요?'아아함' 하고 말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 '아아함' 하는 소리를 특별히 크게 질러 힘을 가다듬고 다시 팥 섬을 추켜올리니 한결 숨쉬기가 나아졌다.
노인은 젊은이의 술책에 속아, 앞서 젊은이들이 모두 이 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인을 속인 젊은이는 다시 한번 더,
"어르신, 소인은 이렇게 '아아하함' 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올라왔으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나은 편이지요?"
하고 역시 그 소리에 한껏 기합을 넣어 숨을 돌리는데, 노인은 또 다시 그 술책도 모르고 그렇다면서 칭찬을 해 주는 것이었다.
이러는 사이 산꼭대기에 이르니, 노인은 과연 힘이 세다고 하면서 사위로 삼았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이었다. 젊은이는 신부의 몸을 안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다음, 힘차게 솟구친 양근을 신부의 음호에 접속시켜 굳세게 밀어붙이면서 말했다.
"내 오늘밤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아아함' 소리를 교묘하게 잘 활용했기 때문이로다. 아아함!"
젊은이는 팥 섬을 지고 산에 오르던 때를 떠올리면서 주기적으로 기합을 넣어 '아아함' 소리를 연발하니, 신부는 감흥이 고조되고 정신이 몽롱해져 신음하듯 말했다.
"서방님! '아아함' 하는 소리를 할 때마다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신부는 그 소리에 담긴 내막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때마다 강하게 눌려지는 힘만을 좋아 하더라.





- 계책으로 빼앗은 벼슬 (計奪實職)
옛날에 한 재상이 나이가 많아, 참찬1)에 오른 뒤에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1)참찬(參贊 : 조선 시대 의정부의 정2품 벼슬)
원래 참찬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맡는 한직이었다.
어느 날 이 재상의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참 만에 이런 농담을 했다.
"대감은 참찬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혼자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오질 못하니,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더군. 웬만하면 물러나야지 그렇게 오래 버티나?"
"아, 그런 소리가 들리다니? 이 자리가 워낙 한직이라 오래 있었던 것일세.
허나 그렇게 비난한다면 내 물러나야지."
이렇게 말하고 그 재상은 이튿날 사직서를 제출해 물러났다.
그런데 뒤이어 그 쓴소리를 하던 친구가 참찬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얼마 후, 앞서 참찬으로 있다가 물러난 재상이 지금 참찬으로 임명된 친구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아, 내가 너무 오래 참찬 자리에 있어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런 사람이 누구였는가? 알고나 있고 싶어 그런다네."
그러자 새로 참찬의 자리에 오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감, 내 이 나이가 되도록 온전한 직책 한번 맡아 보질 못해서 괴로웠다네.
그 때 대감을 비난했다는 사람은 바로 나일세.
내가 이 자리에 오르고 싶어 그랬으니 무어라 시비하지 말게나."
이렇게 말하니,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껄껄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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