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난봉꾼을 정승으로 만든 이타홍(一朶紅)의 사랑(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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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난봉꾼을 정승으로 만든 이타홍(一朶紅)의 사랑(上)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7.01.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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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錦山(금산)에서 태어난 一朶紅(일타홍)이 어떤 연유로 "한 떨기 꽃" 이라는 妓名(기명)으로 기적에 오르고, 10대 후반에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당대에 뛰어난 용모와 노래 솜씨 그리고 춤으로 이름을 날렸던 일타홍은 비록 기녀 신세였지만 그녀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벼슬길로 나아갈 수는 없었지만 기상이 크고 호방한 낭군을 만나서 자신은 이루지 못할 꿈을 대신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총명하고 영리했던 일타홍은 미모까지 겸비한 당대의 명기로서 중요한 연회에는 빠지지 않고 불려 다녔다. 게다가 시문에도 밝고, 관상을 보는데도 뛰어나 여러 남자를 상대하면서 꿈에 맞는 낭군을 찻고 있었다. 
일타홍이 권문세가의 路柳墻花(노류장화)가 되어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가인 이 판서의 잔칫집에 불려가 술 시중을 들고 있었다.
당대의 정승과 전직 대신들이 참가한 술자리가 자못 위엄스럽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자 사이사이에 앉은 기생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대감들의 비위를 맞추었다. 
차츰 취흥이 돌고 화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갑자기 난봉꾼 같은 젊은 남자가 술자리에 끼어들었다. 허락도 없이 음식을 마구 집어 먹으며 술자리를 휘젓고 돌아다니자 점잖은 대감들의 얼굴에 노기가 가득했다.
그 난봉꾼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글 공부라고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던 沈喜壽(심희수) 였다. 
술과 여자, 먹을 것을 무척이나 밝히던 심희수는 상가 집이나 잔칫집 등 술을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으레 모습을 드러내고 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아예 반미치광이처럼 취급해 상대조차 하지 않고 슬슬 피하였다.
그러나 일타홍의 눈에는 심희수가 왠지 남다르게 보였다. 
지금 하는 행동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한 것일 뿐, 그의 얼굴에는 호탕한 기운이 서리고 눈에는 예기가 번뜩여 대뜸 재상의 재목감이었다.
일타홍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대감들이 둘러앉은 대청마루로 성큼 올라선 심희수는 기생들을 훑어 보더니 일타홍 옆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분위기가 어색해져도 그는 히죽이 웃을 뿐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았다. 
일타홍 또한 심희수를 거절하지 않고 공손히 술을 한 잔 따르며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술자리가 다시 화기애애해져 사람들이 심희수를 신경 쓰지 않게 되자,
일타홍은 조용히 심희수를 밖으로 끌어내 말하였다.
"술자리가 끝나면 집으로 ?나갈 터이니 기다리세요"
잔치를 마친 저녁 무렵 일타홍은 약속대로 심희수의 집 대문을 들어섰다.
심희수와 그의 어머니 박씨에게 인사를 올린 그녀는 모친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마님! 저는 금산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기생 일타홍 이옵니다.
오늘 어느 재상집 잔치에서 귀댁 공자를 뵈었습니다. 모두가 미쳤다고 하나 저의 소견으로는 장차 귀하게 될 상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준비를 하지 않고 헛되게 낭비하면 훌륭한 기상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만약 마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오늘부터 화류계를 청산하고 이 댁에 들어와 온갖 힘을 다해 귀댁 도련님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습니다". 
"내 아들을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면 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어찌 막겠느냐.
 다만 집이 가난하니 너같이 호강하던 애가 어찌 참고 견디겠느냐". 
"마님! 저는 부귀와 영화를 탐내 이 댁에 오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럴 욕심이면 어찌 가난한 집 도련님을 유혹하겠습니까? “
아들을 포기한 상태였던 어머니 박씨는 일타홍을 기쁘게 맞이하였다. 그날로 일타홍은 심희수의 색시가 되어 한집안 식구가 되었다.
그날 밤 잠자리부터 요구하는 심희수를 일타홍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四書五經(사서오경)을 내놓았다. 
"소첩은 살다가 도망가는 일은 없을 것이니  이 책을 1권씩 떼면 잠자리를 허락하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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