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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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6.11.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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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원 댁에 도적이 들다. (賊漢入生員宅)
생원이 사는 동네에 포수가 있었다. 포수의 처는 항상 생원의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그녀 의 남편이 집에 있어서 기회가 없었다. 하루는 생원이 포수를 찾아가서,
"너는 왜 산에 가지를 않느냐 ?" 하고 묻자 포수는,
"노자가 없어서 가지 못하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노자가 얼마나 있으면 산에 갈 수가 있는가 ?"
"많을수록 좋겠지만 적어도 백 냥은 있어야 하겠사옵니다."
"어째서 그렇게 많이 드는고 ?"
"비단 노자뿐만 아니라 산에 고사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백 냥도 오히려 적습니다."
"내가 그것을 주겠다. 그러나 많은 짐승들을 잡아오면 나와 절반씩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생원이 백 냥을 포수에게 주었다. 포수는 생원이 자기 처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 을 미리 알고 있는 터이라 돈을 받은 후 그의 처와 약속하기를,
"내가 꼭 이렇게 하겠으니 당신 또한 여차여차 하오." 하고는 생원에게 하직 인사를 하였다.
"소인이 떠나면 집안에 처 혼자 있게 되오니 생원님께서는 수고롭지만 여러 가지로 보살펴 주시기 엎드려 바랍니다." 하고 부탁하니 생원이,
"그 일은 내가 어찌 소홀히 하겠는가. 조금도 걱정 말라." 하고 대답하였다.
포수가 떠난 그 날 저녁을 먹은 후 생원이 장죽을 비스듬히 물고 포수의 집으로 가서,
"오늘은 네 남편이 없어서 홀로 공방(空房)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 하고 물었다.
"생원님 같으신 분이 오시니 무엇이 어려운 일이 있겠습니까 ?" 포수의 처가 이렇게 말하니 생원이 곧 방으로 들어가서 희롱하는 말을 하자, 묻는 말에 대답하고 손짓까지 하면서 잘도 주고받고 하니 생원이 자못 기뻐하면서 교합(交合)하자고 유혹하였다. 이에 여인이,
"생원님이 저와 교합하고 싶으신 생각이 있으면 저것을 내려서 얼굴에 동여매십시오. 그렇 지 않으시면 듣지 않겠습니다." 하자 생원이,
"저것은 무엇인고 ? 어디 내어 보이라." 하니 그 여인이 곧 선반 위에 얹어 놓은 가면을 내어 얼굴에 동여매고자 한다. 생원이,
"이것을 얼굴에 묶으면 왜 좋은가 ?" 하고 물었다.
"저는 남편과 동침할 때에는 언제나 이렇게 이것을 얼굴에 묶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흥이 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이에 생원이,
"너의 말이 그렇다고 하니 묶어보아라." 하였다.
여인이 생원에게 가면을 씌운 다음 끈으로 단단히 묶어 풀 수 없이 한 후 희롱하고 있는데 이때 포수가 뒤뜰에서 몽둥이를 들고 들어와서 큰 소리로 외치며,
"어떤 도둑놈이 남의 집 안방에 들어와서 남의 아내를 겁탈하려 하느냐 ? 이런 놈은 패 죽 여야 한다." 하며 짐짓 벽을 치고 들창 문을 치면서 날뛰었다. 생원이 크게 겁을 먹고 가면을 벗으려 하였으나, 목 뒤의 끈이 단단히 얽매어져 있어 벗을 수가 없어 가면을 쓴 채 도망가니 포수가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면서,
"도둑놈이 생원 댁으로 들어간다." 하고 따라갔다.
생원의 집에서는 깜짝 놀라 내다보니 어떤 괴물이 안마당으로 뛰어 들어오기에 몽둥이로 마 구 때려 쫓아버리려 하는데, 온 동네가 놀라 남녀노소 모두 몽둥이 하나씩 가지고 와서 난타하기 시작하였다.
생원이, "나다 ! 나다 !" 하였으나 가면을 쓴 생원의 말소리를 누가 알아볼 수 있겠는가 ? 한결같이 난타 당하다가 겨우 가면을 벗으니 이것은 진짜 생원이라. 집안이 크게 놀라,
"이게 무슨 꼴이오 ?" 하고 곧 방으로 떠메고 들어가니 동네 사람들이 각각 흩어져 갔다.
이때부터 생원은 감히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또한 감히 빌려준 돈을 달라는 말 도 하지 못하였다 한다.


 

- 빼는 죄가 더 크도다. (拔罪如重)
청상(靑霜)에 과부가 된 마님이 삼복(三伏)의 무더운 여름 날 밤에 방문을 열어버린후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 들어 잠을 청하였으나 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옷을 하나씩 벗어젖히다가 알몸이 되어 이른새벽에야 간신히 깊은 잠이 들었다.그리하여 아직도 어두운 새벽에 서산에 기울어 걸친 달빛은 때마침 열린 안방으로 비쳐들어 모기장 속 마님의 알몸이 어슴프레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새벽잠을 깬 하인 돌쇠가 뒷간(便所)에 갔다 오다가 비껴드는 달빛에 비쳐 모기장 속에서 아른거리는 안방 마님의 알몸을 보고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음심(淫心)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를 죽여 방안에 들어가 모기장을 살그머니 쳐들고 바지춤을 내린 다음 양물(陽物)을 꺼낸 후 엎드려 마님의 음호(陰戶)에 들이밀고 진퇴를 계속하니 깊은 잠에 취한 마님이 같이 끌어안고 마주 몸부림을 치다가 퍼뜩 잠이 깨며 정신이 들어,
"웬놈이냐 ?" 하고 일갈하니 돌쇠가 놀라 바지춤을 부여잡고 일어나 달아나려고 모기장을 쳐드는데 마님이 언뜻 보니 바로 하인 돌쇠였다.이에 마님이 벌떡 일어나 앉아 돌쇠의 바지 가랑이를 힘껏 부여잡고,
"네 이놈 돌쇠야 ! 넣는 죄도 크거니와, 빼는 죄는 더 크다는 것을 모르느냐 ?"
하고 나지막하되 짐짓 위엄을 갖춘 준엄한 목소리로 방사(房事)를 계속하여 줄 것을 애원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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