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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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6.11.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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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밤은 저절로 아람이 벌어지는 것
조선왕조 성종 때의 이야기다.
신하 한사람이 양반집 딸을 후실로 얻었다.
결혼한지 3일 되던 날 조정에 들어와 성종에게 호소했다.
"신의 후처는 대가집 딸이외다. 실행(失行)한 것 같으오이다. 처녀로서 행실이 그르오니 어명으로 이혼하도록 하여 주오."
"그럴리가 있겠는가. 아마도 경이 잘못 생각한 듯 하오.“
하고 늙은 의녀를 보내었다.
의녀는 그 집에 가서 진찰을 마친 후 돌아와서 복명했다.
"신이 나가 조사해 본즉 임실이 아직 끊어지지 않고 닭의 눈이 아직 새롭습니다(金絲未斷鷄眼尙新). 아무런 실행한 자취가 없습니다."
임금은 그 신하를  불러 말하였다.
"의녀가 나가 조사해 본 결과 처녀인 것이 틀림없다"
이 말을 들은 신하는 전의 말을 취소 했다.
"신이 그 날 취하여 다른 곳으로 헤메다가 겨우 정문을 찾아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것이외다."
또 한 신하는 후취를 얻었는데 나이가 많아 그런지 아무래도 처녀같지 않아 내쫒겠다고 했다.
성종은 내시를 시켜 그 처녀의 집안 구조를 적어오도록 하였다.
내시는 곧 가서 그 집의 형세를 보니 안방에 높은 다락이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적어 바쳤다.
한참 보고난 임금은,
"경은 염려마라. 가을이 되면 밤은 저절로 아람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집에 높은 다락이 있어 그런 것이니 조금도 염려하지 말고 잘 지내도록 하라."(성종실록)


- 미모와 재주를 겸한 처녀 (才貌無雙)
옛날 서울에 어떤 생원(生員)이 살았으나 나이 들어도 성공하지 못하여 집안이 가난하고 생 활도 어려워, 지방의 어떤 읍내에서 훈장(訓長)이 되었다. 4, 5년이 지나 생원이 죽고 다만 그의 처와 나이 18세의 딸이 남아 가난하게 살았다.
이웃집 양반이 그 딸이 현명하고 아름다운 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 정혼(定婚)을 하고 예를 거행코자 하였다. 그러나 이때 가까운 곳에 사는 읍내 이방(吏房)의 아들로서 관아에 통인 (通人)으로 다니는 자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원댁으로 와서,
"이 댁 소저(小姐)는 여러 번 나와 통하였소. 지금 듣자하니 어떤 곳에 정혼을 하였다는데 나에게 몸을 허락하여 놓고 그것이 되겠소이까 ?" 하고 말하였다. 처녀의 어머니는 기절초풍하여 얼굴이 흙빛이 되어 딸에게,
"그것이 사실이더냐 ?" 하고 물었다. 딸은,
"이는 그놈이 저의 자태를 보고, 또한 우리집이 가난하여 약한 것을 보고서 간계를 부리는 것이니 상대할 것이 못됩니다. 견디기 보다 관가에 고하여 그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하더 니 얼굴빛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관가에 가서 고발하였다.
사또는 해괴하게 생각하여, 그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얼마동안 고심하다가 그 통인을 불러,
"네가 그 처자와 여러 번 상통(相通)하였다 하니 그 얼굴과 그 몸 모양을 반드시 알고 있을 것이다. 상세하게 말하라. 틀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하고 말하니 통인이 처녀의 용모를 일일이 고하였다.
사또가 통인을 물린 후 처녀를 불러들여 자세히 보니 과연 통인의 말이 조금도 틀린데가 없 었다. 이것은 남 몰래 사람을 시켜서 미리 그 자세한 것을 알아낸 것이었다. 사또는 크게 놀라 할 말이 없어졌다.
처녀는 이미 통인의 간계로 인하여 사또의 판결이 어려워진 것을 알고,
"소녀의 왼쪽 유방 밑에 큰 밤 만한 검은 점이 있고 그 점 위에 십여 개의 털이 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일이며, 그가 소녀와 상통하였다 하면 반드시 알고 있을 것이오니 통인에게 이것을 하문(下問)하여 주옵소서." 하고 말하였다. 사또가 곧 통인을 불러들여,
"네가 처녀와 상통하였다 하니 남이 볼 수 없는 곳에 어떤 별다른 것이 없더냐 ?" 하고 물 었다.
쳐녀가 사또에게 좌우의 사람을 피하게 하였을 때에 이미 남 몰래 엿듣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자가 미리 통인에게 모든 것을 일러준 후이라 통인은 거침없이,
"처녀 왼쪽 유방 밑에 하나의 검은 점이 있고, 그 크기가 큰 밤 만하고, 털이 십여 개 나 있습니다. 이를 증거로 삼아 주옵소서." 하고 대답하니 사또는 크게 놀랐다.
이에 처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옷을 벗고 유방을 내 보이면서 말하였다.
"소녀에게는 본래부터 검은 점이 없는데, 없는 것을 있다고 한 것은 저 간사한 사람이 틀림 없이 사람을 시켜 사또께 아뢴 소녀의 말을 몰래 엿듣게 하여 판결을 내리기 어렵게 한 것 으로 생각되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조금 전에 소녀의 용모를 소상하게 말 한 것 도 남을 시켜 먼저 정탐하여 교묘하게 고해 바친 것이라 보여지옵니다."
사또는 크게 깨닫고 책상을 내려치며 통인을 엄하게 신문하자 통인은 그제야 할 수 없이 죄를 자백하였다. 사또는 처녀의 재능과 용모가 무쌍한 것을 가상히 여겨, 이미 정혼한 자리를 물렀다는 말을 듣고서 그의 둘째 아들과 혼인시켜 며느리고 삼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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