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문자 쓰다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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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문자 쓰다 망했네
  • 한국수산경제신문
  • 승인 2016.11.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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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쓰다 망했네~

옛날에, 자신의 유식함 을 보이기 위해 말이란 말은 모두 문자로 쓰기를 좋아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어느날 처가를 방문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저녁 산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내려와 장인을 덥석 물어갔다.
놀란 처남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호랑이를 뒤쫓아가면서 그 유식한 매부더러 말하길,
"동네 사람들을 모두 깨워 연장들을 챙겨 빨리 따라오라."
이 사내, 위급한 상황에서 동네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큰소리로 외치는데.....

"遠山之虎(원산지호)가 自近山來(자근산래)하여,
吾之丈人(오지장인)을 捉去也(착거야)하니,
有銃者(유총자)는 持銃來(지총래)하고,
有槍者(유창자)는 持槍來(지창래)하되,
無銃無槍者(무총무창자)는 皆持蒙同(개지몽동)이하고,
速速來(속속래)하라, 速速來(속속래)하라!!"

"먼산의 호랑이가 가까운 산으로부터 와서
나의 장인을 잡아갔으니,
총이 있는 사람는 총을 가지고 오고,
창이 있는 사람은 창을 들고 오되,
총도 창도 없는 ! 사람은 모두 몽둥이를 들고
빨리 빨리들 오라,빨리 빨리들 오라!"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동네 사람들은 술 취한 놈이 시끄럽게 외치고 다닌다고 생각 할 수밖에...
간신히 아버지의 시신 수습한 아들이 너무 매정한 동네 사람들의 행동을 원망하다 참을 수 없는 울분에 원님에게 고소를 했다.
원님이 동네 사람들의 매정함을 호되게 꾸짖으며 문초를 하니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라.
"간밤에 웬놈이 빽빽 소리를 지르고 다닙디다마는 그런 사정인 줄이야 전혀 몰랐지요."
원인을 알게된 원님이 화를 불같이 내며 문자를 쓴 사내의 엉덩이에 곤장을 치는데...
이 사내, 한다는 소리가......
"伐南山地松木(벌남산지송목)하야 吾之肥臀(오지비둔)을 亂打也(난타야)하니
哀也臀(애야둔)이야"
("남산의 소나무를 베어 나의 살진 볼기를 마구 때리니, 아이고 볼기야 !")
옥에 가둔 며칠후 원님이 다짐이나 받고는 놓아주려고 끌어내다 꿇려놓고 엄하게 묻는다.
"네 이놈! 다시 또 '문자' 쓰겠는가?"
"예! 此後 (차후)론 更不用文字 (갱불용문자) 하오리다."
또다시 '문자'로 대답했으니 어찌 무사할 수가 있으랴!.
결국엔 멀리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언제나 풀려날지 기약없는 먼 귀양길,
그래도 조카라고 안쓰러운 마음에 외삼촌이 떡을 해 짊어지고 전송을 왔다.
"아이구, 이놈아! 어쩌자고 문자는 써가지고...
고생이 되더라도 제발 문자좀 그만 쓰고 배고플 때 이 떡으로 요기라도 하거라."
그런데 이분, 외삼촌이 애꾸눈이다.
둘이 끌어어안고 엉엉 울다가 이 사내가 또 한 마디....
"兩人(양인)이 相抱泣(상포읍)하니 淚三行(누삼행)이라."
(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우니 눈물이 세 줄기라.)
"예끼! 망할 자식, 그냥 뒈져라!"



 

- 노인이 사리(事理)도 모르면서… (老人不可知事理)
어떤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으나, 그 아기가 밤낮으로 잠을 자지 않고 울기만 하였다. 이때 며느리가 한 권의 책을 아기 앞에 펴놓자 시어머니가 이를 괴이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물으니,
"이 아이 아범은 평소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이 책을 펴들기만 하면 잠이 들었습니다."
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그 아이 아범은 문장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기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
하였는데, 책을 펴놓고 얼마 후에 과연 아기가 우연히 잠이 들었다. 그러자 며느리 왈,
"노인이 망녕이 들어 사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하고 중얼거렸더라 한다.




-깎아야 제 맛

어느 선비가 서울에 올라와 사동에다 하숙을 정하기로 했겠다. 그런데, 시골 사람이 서울에 가면 무엇이든지 절반씩 에누리를 해야만 속지 않는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었던지라. 이 어리석은 선비가 겉 약은 체하느라고,

먼저 주인장에게 수작을 걸어 말하기를

“주인장은 성씨가 뉘시오?”

“난, 한 서방이외다.”

“한 서방이라. 그럼, 우리네 셈으론 반 서방이구먼. 거 성씨 한번 기묘하다. 그래 이 동네는 무슨 동네라 하오?”

“사동이라 하오.”

“사동? 그러면 이동인 게로고.”

들으면 들을수록 이 시골 선비의 얘기가 이상한지라 이번엔 주인이 물었다.

“그럼, 선비는 어디 사시오? 그리고 성씨는 어찌 되시오.”

“나 사는 데가 어디냐고요? 사천 사오, 그리고 남이 날 부르기는 십이 서방이라 하지요.”

“사천이라면 경상도 사천 말이요? 그런데 십이 서방이란 것도 있나?”

“내가 살기는 경기도 이천 땅에 사오. 그리고 내 성은 에누리를 빼고 말하면 육 서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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