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보며 가을정취 느끼고 싶다면 무등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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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보며 가을정취 느끼고 싶다면 무등산으로 가자
  • 안현선
  • 승인 2016.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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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은 빛고을 광주를 품은 ‘어머니의 산’이다. 가을이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에 억새가 핀다. 무등(無等)에는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해발 1187m로 규모보다 풍기는 느낌에서 ‘무등’의 가치가 빛난다.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를 껴안은 산 가운데 높이 1000m대는 무등산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 21호로 지정됐다.

억새 따라 걷는 무등산 산행
가을 무등산 산행은 억새 덕분에 발걸음이 들뜬다. 10월에 접어들면 정상 주변으로 억새가 하얗게 피어난다. 긴 숲길을 무념무상 걸으며 피로감이 덜한 것도 불현듯 억새와 마주할 광경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무등산 억새 산행은 오르는 길, 고개, 능선에 따라 다채롭다. 가장 일반적인 출발 포인트는 두 곳. 증심사 지구에서 출발해 중머리재와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 원효사 지구 원효분소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오른 뒤 장불재를 돌아오는 코스다. 증심사 지구 중머리재 코스는 산행 초입에 사찰, 미술관 등 볼거리가 곁들여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산 중턱인 중머리재를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억새 숲이 길동무가 된다.
증심교에서 출발해 문빈정사, 증심사를 거쳐 중머리재로 향하면 첫 쉼터인 당산나무까지 평이한 길이다. 당산나무는 수령 450년, 둘레 4.8m 아름드리 느티나무다. 당산나무에서 계곡 숲길과 돌계단을 거쳐 한 시간 정도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너른 공간과 마주한다. 억새 산행의 서막을 알리는 중머리재다. 해발 617m 중머리재만 올라도 억새 너머로 작은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까지 본격적인 억새 산행이 이어진다. 용추삼거리에서 중봉으로 방향을 잡아도 억새가 흐드러지고, 갈 길을 고집해 장불재에 오른 뒤 큰 숨을 쉬어도 좋다. 장불재는 정상 등반의 마지막 쉼터이자, 무등산 억새 향연의 대표적인 아지트다.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한 곡선을 따라 억새 숲을 가로지른다. 하늘거리는 억새 꽃이 백마 갈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마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억새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해를 등지고 올려다보는 억새는 짙은 갈색을 띠고, 정상에서 해를 마주하는 억새는 은빛으로 부서진다. 석양의 억새는 황금빛으로 물들며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장불재에서 억새밭 너머로 바라보는 정상 주상절리대는 무등산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입석대, 서석대 등 높이 1000m 주상절리대는 무등산의 지질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천연기념물 465호다. 주상절리대는 흐린 날이면 구름에 휩싸여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입석대에는 오각·육각 돌기둥 30여 개가 10~18m 높이로 솟았다. 천왕봉 통행 제한으로 무등산 정상 역할을 대신하는 서석대(1100m)는 돌기둥 200여 개가 병풍처럼 이어진다. 예전에 무등산은 서석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10월 한 달 영산강억새생태문화제 개최
무등산 길목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어 산행에 흥미를 더한다. 초입 증심사는 광주광역시의 당당한 ‘문화재 1호’다. 신라 헌안왕 때 창건했으며, 혜조국사가 중창했다. 오백전을 제외하고 대부분 1970~1980년대에 복원됐다. 증심사 계곡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자연 친화적 미술관을 표방하는 곳으로, 의재 허백련 선생의 그림을 전시한다.
무등산에 오르는 이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별미는 보리밥정식이다. 무등산 보리밥정식 상차림에는 10여 가지 산나물 외에 돼지머리 고기, 도토리묵 등이 푸짐하게 오른다. 참기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며, 젓갈이 들어간 김치를 찢어서 얹어 먹으면 향수가 피어오른다. 7000원 선으로 값도 저렴하다.
억새의 군무는 영산강 일대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10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후, 극락교 일원에서 영산강억새생태문화제가 열린다. 억새 감상을 마치고 저녁에는 문화적 향취를 음미하며 보낸다. 양림동 오거리 일대에는 양림교회를 비롯한 근대 문화 유적이 있고, 카페 거리도 조성되었다. 앙증맞은 장식과 벽화로 단장한 펭귄마을 역시 옛 골목의 정서가 묻어난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산책하며 가을 향에 취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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