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수산물 어울림의 시너지 효과
상태바
꽃과 수산물 어울림의 시너지 효과
  • 안현선
  • 승인 2016.02.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
이승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정책연구실장

연구소가 부산으로 이전한 덕분에 명절에 KTX 열차표 구하는 고생을 덜었다. 승용차로 1시간 여 달리면 고향에 도착할 수 있어 귀성전쟁에서 벗어난 것이다. 명절 전날 저녁 무렵에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생선회 판매 센터이다. 추석 땐 전어를 사고, 구정에는 밀치를 사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분들의 수고를 맛있는 생선회로 조금이나마 보답한다.
나에게 구정 전후에 맛 나는 생선으로 각인된 생선이 있다. 5여 년 전에 구정을 앞두고 무안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망운면에 있는 D식당에서 맛본 숭어회를 잊을 수가 없다. 소설가 김훈은 ‘라면을 끓이며’라는 수필에서 배가 고파 라면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새겨진 라면이라는 문양인 인 때문에 종종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마 육질의 탄력과 살짝 단맛이 나는 숭어회 맛이 나의 정서에 문양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레드 가이드의 별 세 개 레스토랑 베누의 세프 코리 리는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을 단순히 밥 먹으러 오는 손님이 아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라 생각하고 평생 기억할 추억을 손님이 만들 수 있도록 맛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준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미각과 시각을 조합한 것이 있다. ‘꽃게는 모란이 피고 질 때 제일 맛나다’ 그리고 ‘보리가 필 때 웅어가 올라오고, 철쭉이 필 때 황복이 올라온다’고 한다. 코리 리처럼 레스토랑에서 굳이 시각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더라도 어촌의 자연에서 피는 꽃과 수산물을 조합하여 시각과 미각의 시너지 효과를 표현한 속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쿄난마치의 호타 어업협동조합은 꽃 축제와 수산물 요리를 조합하여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결과, 어업협동조합은 물론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곳은 일본 수선화의 마을로 알려져 있는 ‘코우게츠(江月)’라는 지구에서 복숭아나무와 수국, 철쭉 같은 꽃과 나무를 식재하여 연간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어업협동조합은 아름다운 꽃 구경을 한 관광객이 제철 수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반야’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수산물 요리의 재료는 어협 위판장에서 조달한다. 계절별로 꽃으로 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계절 수산물로 음식을 판매하여 인구가 1만 여명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연간 50만 여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꽃과 음식의 조합으로 작은 어촌이 창조경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리고 어항을 피셔리나로 조성하여 해양레저 상품을 개발하고, 정치망체험 상품, 위판장 경매 관광상품 등으로 어항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어항의 투자효과를 높이고 있다.
쿄난마치의 사례는 다음과 같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기초지자체의 통합행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꽃 축제는 농업 부서에서 주관하고, 어항의 활용은 어업 부서가 주관하여 독립적인 지역개발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지역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어업협동조합은 제 철 수산물을 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개발하여 판매할 뿐만 아니라 어항과 어업을 활용하여 관광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어항 이용 효율성을 높여 어업협동조합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있다. 셋째, 어항육역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어업인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어항에서 떨어진 곳에서 어망을 비롯한 어구 손질을 함으로써 쾌적한 어항을 조성하여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촌은 어장과 어항이라는 공간은 물론이고 자연경관자원 등 다양한 자원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칸막이 행정을 탈피한 통합행정을 추진하는 열린 마음으로 오감을 만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어촌경제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